책소개
『바쇼 하이쿠 선집』은 그간 국내에서 드물게 발간되어 온 하이쿠 서적의 주요 저자인 류시화 시인이 공들여 해설을 곁들인 바쇼의 대표 하이쿠 모음집이다.
하이쿠를 소개한 앞선 두 권의 책 《한 줄도 너무 길다》와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번에는 하이쿠의...
하이쿠는 전형적인 축소지향적인 일본인의 문학관을 대변하는 시(詩)다.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인 하이쿠는 우리의 시조에 삼분의 일의 길이밖에 되지 않는다. 17자의의 문자로 넓은 우주공간과 사계절을 표시한다. 하이쿠는 일본 문화의 텍스트이다. 그러나 하이쿠는 적은 문자에서 거대한 것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하이쿠에 나오는 꽃들은 탐스러운 꽃송이가 아니라 조그마한 꽃들이 여러 개 모여 큰 꽃송이를 이루는 꽃들이 많이 등장하고 일본인들 또한 이런 꽃들을 좋아하다. 중국인들이 모란을 좋아하고 서양인들은 장미를 좋아하고 우리는 무궁화 꽃을 좋아한다. 그러나 일본인들은 싸리 꽃이나, 은방울꽃을 좋아한다. 이 꽃들의 특징은 조그마한 꽃잎이 군집을 이루는 특징이 있다. 일본의 문학을 살펴보면 전래동화나 설화에는 유독 작은 거인들이 자주 등장한다. 바늘이 칼이 되고 밥공기가 배(舟)가 되며, 젓가락이 노가 되어 작고 작은 세계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