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음 날, 아무도 죽지 않았다!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장편소설『죽음의 중지』. <눈먼 자들의 도시>의 작가 주제 사라마구가 이번에는 죽음이 없는 미래를 통해 삶의 의미를 묻는다. 마치 죽음의 여신이 파업을 벌인 것처럼 노화는 진행되지만 아무도 죽지 않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조롱하지 마라, 비탄하지 마라, 저주하지 마라, 단지 이해하려 하라."(Not to laugh, not to lament, not to curse, but to understand)는 말이 적절하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놀랄 만큼 집중해서 죽음에 대한 책들을 읽게 될 날이 올 것이다. - 스피노자
예를 들어 죽음에 관해 더 깊이 생각해 보라.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 새로운 언어적 영역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정말 이상한 일일 것이다.
- 비트겐 슈타인
1. 들어가며
독서토론회에 참여한 지도 1년이 다되었다. 회사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백년어서원에 예닐곱 명의 소그룹 독서모임에서 세계문학을 읽고 토론한다. 서구중심의 세계문학이 아니라, 아시아, 남미, 북유럽, 아프리카, 러시아에서 독립한 신생국가 등……. 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의 문학작품을 회원들이 선정한다. 대체로 이런 나라들의 문학은 번역되어 소개된 것이 거의 없고, 번역되었더라도 충실한 번역본을 찾아보기 힘들다. 독서회원은 20대에서 60대까지 소설가, 음악작곡가, 약사, 자유분방하여 직장을 자주 바꾸는 일용직 노동자, 문학가를 꿈꾸는 소녀 등 구성 또한 다양하다. 최근 독후감을 발표한 내용은 ‘죽음의 중지(As Intermitencias da morte, 해냄, 2009년)’라는 사라마구의 작품이다.
죽음! 저주인가? 축복인가? 영생을 꿈꾸는 자에게 보내는 메시지! 죽음으로 향해 가는 배는 멈추고, 오로지 죽음만이 중지한다. 세상은 아노미상태, 디스토피아, 무저갱이 된다. 소설의 내용은 간단하다. 새해 1월 1일부터 죽음의 중지는 시작한다. 절벽에서 떨어진 자살자, 교통사고로 심한 외상과 내상을 입은 환자가 피를 흘리고, 두개골이 박살났음에도 죽지 않는다.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 무병장수, 장생불사의 사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주제 사라마구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