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종말은 미래가 아닌 현재였고 과거였다!정용준의 장편소설 『바벨』. 2009년 《현대문학》에 단편 ‘굿나잇, 오블로’가 당선되어 등단한 저자의 첫 장편소설로 성서의 ‘바벨탑 신화’를 흥미롭게 변주하여 우리 시대가 봉착한 절망을 말의 문제와 관련해 사유한다. 말의 소실로 전 인류가 종말의 길로 나아가는...
일단 설정이 무척 특이한 소설이었다. 그동안 디스토피아, 포스트 아포칼립스 픽션은 많았지만 이 작품은 그 유례를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음울하고 끔찍한 상황을 다루고 있는 내용이었다. 인류가 스스로의 언어에 매몰되어 죽어나가다니. 설정 자체가 문학적이되 끔찍하지 않은가. 처음에는 그 배경과 설정을 파악하느라 잠시 애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작품은 한국에 아닌 가상의 국가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국가 이름은 나오지 않고, 어느 시대인지도 나오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하나같이 이국적이고 낯설다. 노아, 요나, 마리, 볼, 룸 등등. 내가 종교 지식이 적어서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성경에서 따온 이름들이라고 한다. 특히 노아, 요나 같은 이름은 구약 성서에 나오든 등장인물의 이름이다. 아무래도 장편 이름이 <바벨>인 걸 보니 성경에서 이름을 따온 것도 당연한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