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도둑 출신 작가 장 주네의 자전적 소설『도둑 일기』. 유럽 일대를 떠돌며 부랑자, 거지, 도둑, 남창 등 밑바닥 생활을 전전한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강자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의 부조리를 체험하며 쌓인 냉소와 조롱으로, 사회의 치부라고 할 수 있는 요소들을 낱낱이 폭로한다....
장 주네란 인물에 매력을 느끼기 위해선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 도둑일기를 읽다보면 이 책의 주제 중 하나가 동성애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느 일반적인 이성과 이성의 연애 소설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어느 순간 주네에게 애처로움을 느끼고 애뜻함을 느끼며 그에게 연민을 선물한다. 주네가 나를 배반하면 배반할수록 나는 더욱더 차별의 시선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호흡이 긴 문장을 읽기 어려워한다. 워낙 간결한 문장의 작가들 (어니스트 해밍웨이, 레이먼드 카버, 무라카미 하루키, 김훈 등)을 즐겨 읽다보니 긴 문장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점도 있고, 또 내 성격상 그것을 버티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확실히 주네를 읽는 시간이 다른 책을 읽는 것에 비해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주네라는 사람을 미워하긴 커녕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렇게 길게 말함으로써 전달되는 (교수님의 표현으론) 끈적끈적함이 있기 때문이다.
교수님의 애인이라고 밝혔던 장 주네가 글을 쓴 도둑일기를 읽을 때 마다 느꼈던 것은 책의 제목과 달리 전체적인 면을 보았을 때 굉장히 섬세하고 남성이 썼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여성스럽다는 것이었다.(내가 느끼기엔 모피를 입은 비너스의 마조흐 보다 훨씬 더 말이다.) 교수님이 거의 수업 시간 마다 장 주네를 언급할 때 얼굴을 붉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장 주네의 묘사력, 표현력이 이만큼 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처음부터 생각지 않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난 다음에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우리 사회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 남의 물건에 손을 대면 도둑으로 금방 몰려 왕따가 되어버리고, 그 이후의 사회생활부터는 법적인 규제가 들어가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된다.(그렇다고 해서 학교생활에서의 도둑질이 ‘법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범죄로 보기 어렵다.’ 라는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