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부터 그녀의 펑탄하지 않는 인생도 알고 있었고 시에 대한 열정과 투신도 맘에 들어 언젠가 시를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이 아닌 인간을 위한 예술을 강조했고 시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기에 시에 순정을 바쳤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의 시적 가치관은 구원에 가깝다. 이쯤되면 포장된 시집안에서 나의 눈길을 기다리는 시들과의 만남을 행복한 시간으로 말해도 좋으리. 그녀가 홀로 빚었을 그녀의 시를 나는 차 한잔을 가까이에 두고 음미하기로 한다.
천양희 시인은 국문학과를 좋업하고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 여러권의 시집을 출간했고 굵직한 문학상도 받았다. 지금은 전업시인으로 활동하고 계신다. 앞으로도 그녀의 시집들을 전부 탐독하고 싶은 소망을 간직해본다.
인간은 언제나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이다.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의 청동 조상인 《생각하는 사람》은 이러한 인간의 사유와 고독을 잘 보여주는 예술작품이다. 이 작품에는 최초에 《시인》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시를 쓰는 시인이야 말로 사유와 고독의 사이클을 뼈저리게 느끼는 존재이기에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여졌던 것으로 생각된다. 《마음의 수수밭》의 작가 천양희 또한 삶에서의 참담함을 겪은 고독한 시인이다. 이혼 이후 여자로서 힘든 시기를 보내던 작가는 한 신문에서 직소폭포에 대한 기사를 보고 그곳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자살을 하기 위해 폭포 앞에 선 순간 어디선가 ‘너는 죽을 만큼 살았느냐’라는 말을 듣고 깊은 깨달음을 얻은 뒤 다시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작가의 의식의 변화는 《마음의 수수밭》에 실린 시들에 잘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