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0여년 동안 환경과 생태문제에 대해 배우고 고민해오는 과정에서 한 사회과학자가 윤리적인고 철학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 것이다. 환경이나 생태윤리와 철학의 발전을 목적하는 것이 아닌, 현대 환경윤리와 생태철학에 좀더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자 한다.
2011년 3월 11일, 일본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였다. 일본정부는 서둘러 사고 지역인 후쿠시마에서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켰고, 사람들은 옷가지 몇 가지만 급히 챙겨서 후쿠시마를 떠났다. 금방 괜찮아지겠지, 하는 생각과는 달리 후쿠시마의 방사능 누출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고 결국 후쿠시마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사람들이 방사능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퍼지고 있을 때, 한 외신기자가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쿠시마의 풍경을 찍어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을 본 사람들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모두가 떠난 줄 알았던 후쿠시마엔 사실 남아있는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슈퍼마켓 근처를 어슬렁거리는 소들, 길거리를 배회하는 고양이들과 축사에서 죽어가는 돼지들을 말이다.
이렇게 인간들에게 인간이 아닌 동식물들이란 늘 그 다음이었다.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서 동식물들을 이용해놓고서 최소한 자신들이 자초한 재앙에서 꺼내주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