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판기에 대한 전복적인 상상력의 파노라마!
남세오, 남유하, 장아미, 이시우, 한켠, 신원섭 작가가
사람 잡아먹는 자판기를 주제로 쓴 각양각색 단편들의 향연
사람 잡아먹는 식인 자판기를 소재로 한 대표 장르 작가들의 공포 단편집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안 했대』가 황금가지에서 한정판 도서전 에디션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전자책으로 먼저 공개됐던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안 했대』는 인류 문명에서 꺼지지 않는 광원을 먹고 자라난 기계장치인 자판기가 모종의 생명을 부여받아 사람을 공격하고 잡아먹는다는 설정을 공유하는 공포 단편 6편을 엮은 것으로, 그중 수록작 3편은 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오디오북 제작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드라마형 오디오북으로 제작되기도 하였다.
모종의 존재가 결합된 기계가 발생시키는 기묘한 공포에 착안한 작가들은 지하철, 학교, 회사 등을 배경으로 한 오싹한 괴담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초월하며 확장하는 독특한 판타지 스릴러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작품들을 한데 선보인다. 『이계리 판타지아』의 이시우 작가는 학교를 배경으로 문명화된 기계장치와 원령이라는 토속적인 소재를 결합한 독특한 학원 퇴마 공포물을, 『탐정 전일도 사건집』의 한켠 작가는 냉혹한 생존 게임이 도사리는 회사를 배경으로 한 오싹하고도 처절한 생존형 오피스 괴담을, 『푸른 머리카락』의 남유하 작가는 ‘감정’을 지닌 존재로서 사유하는 자판기의 애증을 폭발적으로 드러내는 짧지만 강렬한 괴담을, 『오직 달님만이』의 장아미 작가는 먹잇감을 노리는 사냥꾼의 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악마적 존재에 대한 공포가 깊이 배어나는 이야기를, 『짐승』의 신원섭 작가는 게임 세계관을 결합해 시공간을 초월하는 독특한 판타지 스릴러를, 『살을 섞다』의 남세오 작가는 구전 민담 형식의 이야기를 차용해 현실에서 발생한 사건의 공포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인상적인 괴담을 선보인다.
“출근은 했는데, 퇴근을 안 했대.” 이 묘한 제목을 처음 봤을 때, 나는 단순한 일상 에피소드나 직장인의 흔한 고충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며 점점 깨달았다. 이 말은 단순히 물리적 시간이 아닌 ‘마음의 출퇴근’을 말하는 것임을. 우리는 매일 아침 출근하고 저녁 퇴근하지만, 마음이 진짜로 퇴근하지 못한 채 일터와 일상의 경계 어딘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현대인의 ‘번아웃’과 ‘정신적 피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담고 있다. 저자들은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지만, 그 일이 우리 삶을 온전히 채우지 못하고 오히려 마음을 갉아먹는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지난 몇 년간 겪은 나 자신의 경험과 감정들이 떠올라 여러 번 마음이 무거워졌다.
몇 년 전, 나는 한 중소기업에서 과장으로 일했다. 그때는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회사 생각이 먼저였고, 퇴근 후에도 이메일 알림이 울리면 자연스럽게 업무에 손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