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98년 하반기 120회 일본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 작품은 아쿠타가와 사상 대학생이 23년만에 처음으로
상을 받은 데다 소재와 표현기법이 특이해 일본열도를 떠들썩하게 했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자 중 대학생이 수상자로 뽑힌 것은 이시하라 신타로,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류에 이어 히라노 게이치로가 네 번째이다.
이 작품이 일본의 대표적 문예지 「신조」에 실린 것은 1998년. 히라노는 자신의 첫 소설을 '겁없이' 투고했고, 잡지사는 과감히 권두 소설로 전재해 일본문단에 화제가 됐다. 문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작가는 중세시대의 유럽 수도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당시 종교와 사상을 깊이 있게 천착, 지적 방대함에 혀를 내두르게 했다.
소설은 초로의 성직자가 16세기 초반 시점에서 젊은 수도사 시절(1482년)에 겪은 비밀스런 기적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작품에는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초반까지 중세유럽의 사상적 흐름이 그대로 담겨 있으며 마니교, 이슬람교, 연금술 등 이단의 종교철학들도 복잡하게 얽혀든다.
도미니코 회 수도사인 주인공은 주류이자 정통 기독교 사상의 범주 안에 존재하면서도 늘 자신이 속한 사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영과 육으로 구분된 이원론으로는 궁극적 초월성을 만날 수 없음을 인식하고, 이단 철학 안에 분명히 존재하는 진실과 접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느 날, 젊은 수도사는 한 연금술사와 조우하게 되는데…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은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철학, 종교, 예술, 존재론적 사유를 밀도 있게 녹여낸 이례적인 데뷔작이다. 23세의 젊은 작가가 썼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치밀하고도 사색적인 이 작품은, 인간 존재의 본질과 ‘악’의 문제를 탐구하며 독자를 심연의 세계로 이끈다. 소설은 중세 유럽이라는 이국적 배경을 통해, 당대 일본 문단이 흔히 다루지 않던 철학적 주제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으로 펼쳐낸다. 『일식』은 단지 이야기의 흥미로움을 넘어, 독자로 하여금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끝없이 되묻게 한다.
광기와 계시의 경계에서
배경은 16세기 프랑스. 주인공 ‘장 루이’는 신학도이자 신에 대한 열렬한 믿음을 가진 청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