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경제적 무능함’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죄인가? 어느 날 갑자기 고용주가 어떤 이유를 들어 당신을 해고했다면 그것은 오롯이 당신 자신의 무능함 탓이라고 자본주의식 언어는 일갈한다. 경쟁이 난무하는 정글사회에서 먹잇감으로 전락한 책임을 그 무엇에도 전가시킬 수 없다는 게 자본주의식 질서이다.
여기 이 냉정한 언어와 부조리한 질서에 맞서 평생을 외롭게 싸워온 노학자가 있다. 노학자는 ‘노동자의 삶’에 초점을 맞춰 자본주의의 모순을 끄집어냄으로써, 끊임없이 이어지는 실업과 가난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 자신의 무능함 때문이라는 노동자들의 자책과 세상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함께 지구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 저널로 꼽히는 <먼슬리 리뷰>는 일생을 걸고 지켜낸 이 노학자의 결기를 깊이 새기고자 그의 가장 최근 저작인 이 책을 기꺼이 출간하기로 결정했다. 파행을 거듭하는 거대 자본 세력은 <먼슬리 리뷰>의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을 경계의 눈초리로 주시한다.
한때 리오 휴버먼, 폴 스위지, 로자 룩셈부르크, 폴 바란, 해리 매그도프, 해리 브레이버먼, 그리고 체 게바라 등이 <먼슬리 리뷰>를 통해 저작을 내놓았을 때처럼 이 책은 그들 저작의 연장선상에 있다.
1. 책과의 만남 그리고 첫인상
마이클 페럴먼의 『무엇이 우리를 무능하게 만드는가』를 접했을 때, 제목부터 내 마음 깊숙한 곳의 질문과 맞닿아 있음을 느꼈다. ‘왜 때때로 내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걸까?’라는 고민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내 자신에 대한 의심과 좌절을 겪었던 적이 많았기에, 이 책은 내게 단순한 읽을거리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책을 펼치면서 페럴먼이 말하는 무능함의 원인과 그것을 극복하는 방식에 대한 통찰이 나의 무기력과 실패 경험들을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해졌다. 이 책은 우리 삶에 깊이 뿌리박힌 ‘무능함’이라는 감정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서 싸우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 책에서 지적을 하는 ‘무능’이라는 개념은 대체로 실업, 이런 것으로 인한 개인의 무기력감이다. 예전 경제학자들이 노동에 크게 관심을 안 가졌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자본주의가 태동할 때, 근대에 들어서는 산업혁명과 겹쳐서 경제학이 많이 발전되었는데 노동 문제는 아예 도외시가 된 점이 특이하다.
노동자들에 의한 생산, 그것을 중점으로 두고 분석한 것이 아니라 그냥 교환이나 거래를 주로 하는 시장을 분석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저자에 따르면 경제학이 발전이 될 때 이런 담론이 아예 경제학의 주류로 편입이 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노동자들이 소외를 받고 있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