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제 우리는 책 때문에 울어도 된다.
재영 작가가 우리 편이니까.”_ 김소영ㆍ《어린이라는 세계》 저자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는 책 수선가의 작업 일지
어떤 책은 나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때때로 어떤 책은 평생 내 곁에 함께한다. 이 책은 낡아가는 책에 담긴 기억을 지키려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이자, 종이가 닳도록 읽고 또 읽으며 책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다. 무너져가는 책의 시간을 멈추기 위해 ‘재영 책수선’은 책장 사이에 켜켜이 쌓인 시간의 흔적을 관찰하고, 오래된 책의 미감을 세심하게 돌아본다.
수선 맡긴 책을 찾으러 와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의뢰인, 기대에 가득 차 내내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는 의뢰인, 조금이라도 흠집이 날 새라 의뢰품을 조심조심 꺼내놓는 의뢰인까지, 재영 책수선에는 책에 얽힌 반짝이는 기억들이 가득하다. 쓰던 물건도 무엇이든 쉽게 사고파는 시대에 저자는 낡고 손때 묻은 책을 버리지 않고 굳이 고쳐 읽는 사람들의 편에 서 있다.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되살리는 곳, 재영 책수선과 함께 뒤틀리고 망가진 것들의 아름다움을 들여다보자.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바로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구절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게 인연이듯 책을 수선하는 저자에게 책 수선을 맡기는 것은 책을 간직한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다.
낡고 갈라지고 퇴색하고 뜯겨진 헌 책을 가져오는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이 있다.
어릴 때 눈물 흘리며 읽었던 책, 도서관 귀퉁이에 앉아 읽고 또 읽었던 감동어린 책,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오래된 책, 어느 먼 나라를 여행하다 우연히 만나게 된 한권의 낡은 책, 그렇게 사람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책을 수선하러 온다.
이 많은 사연을 수선가는 모두 들어주고 같이 상담하며 고객이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자 애쓴다. 표지를 바꾸고 찢어진 페이지를 수선하고 낡은 실밥을 바꾸고 붓으로 그리고 칼로 긁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