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날 영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제빵사이자 음식 에세이스트, 경계와 편견을 넘어서는 독창적이고 모험심 넘치는 요리 연구가 루비 탄도의 베스트셀러. 아프리카 가나에 뿌리를 두었지만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루비 탄도는 영국의 인기 요리사(제빵사)치고 제법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철학과 예술사를 전공한 그는, 이른바 '정규 코스'를 밟지 않았다. 거의 독학으로 요리를 배우고 연구하다가, 지난 2013년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아마추어 도전자 중에서 최고의 제빵사를 가리는 경연 프로그램이다.)에 출연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린다.
고소하고 따뜻한 탄수화물의 향기, 버터와 설탕의 풍미, 노릇노릇한 껍데기와 형형색색의 크림…… 빵이 컴퍼트 푸드(comfort food)이듯, 「그레이트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 또한 컴퍼트 쇼(comfort show)로서 자리매김하며 큰 사랑을 받았는데, 이때 저자 루비 탄도의 행보는 유독 관심을 끌었다.
이민자 집안이라는 배경(보수적인 백인 사회에서 흑인으로 살아가기), 여성으로서의 체험(남성 중심적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남기), 성 소수자의 삶(이성애 중심주의 사회에서 성 정체성 지키기), 섭식 장애를 극복한 경험에 이르기까지, 그의 요리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가득한 스크랩북이자 고통스러운 생존기, 다채로운 문화와 정체성, 성과 역사를 종횡무진 누비는 자서전이었다.
그는 매일의 음식, 늘 함께하는 식탁의 온기와 가치를 환기해 주었고, 마치 공기처럼 너무 익숙해서 종종 잊곤 하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 요리와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일깨워 주었다. 경연에서는 이 모든 것을 단지 '빵'으로 보여 주었지만, 마침내 <식탁과 화해하기>를 통해 그동안 스스로 털어놓고자 했던 음식과 식사와 삶과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다.
루비 탄도의 식탁과 화해하기는 단순한 생리적 욕구 충족 수단으로서의 음식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철학적 깊이와 사회적 메시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특히 나처럼 운동을 가르치고, 동시에 선수로서 뛰는 사람에게 있어 음식은 단순히 몸을 유지하는 도구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나의 신체와 정신, 나아가 외부의 압박까지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이기에, 이 책은 내가 음식을 대하는 태도를 새롭게 반성할 수 있게 했다. 선수로서 엄격하게 식단을 조절하는 것이 필수지만, 가끔 그 행위가 나 자신을 억누르는 강박적 관리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음식이 인간의 본질과 사회적 구조를 반영하는 중요한 매개체라는 점을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