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그리움이 삶의 전부인, 떠도는 땅 위에 부유하는 사람들
시리고 날 선 어둠 새로 스며드는 그들의 이야기
읽는 이의 마음에 자국을 남기는 작가 김숨. 그의 집요함과 세심함이 만들어낸 이야기의 힘과 서사의 밀도는 독자와 평론가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많은 에너지와 감정 소모를 필요로 하는 작품을 써내며 쉼표 하나, 말줄임표 하나에도 온 마음을 쏟는 그다.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써내려간 문학의 자리엔 숭고함이 남는다. 일본군 위안부, 입양아, 철거민 등 소외된 약자와 뿌리 들린 사람들을 보듬어왔던 그가 이번 작품에선 ‘디아스포라’를 노래한다. 집필 기간 4년, 소설가 김숨이 1년 9개월 만에 장편 『떠도는 땅』을 내보인다.
『떠도는 땅』은 1937년 소련의 극동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 17만 명이 화물열차에 실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다. 화물칸이라는 열악한 공간을 배경으로 열차에 실린 사람들의 목소리, 특히 여성의 목소리를 빌려 디아스포라적 운명을 이야기로 확장시킨 이 소설은 슬픔과 그리움이 고인 시간을 걸어온 고려인들의 비극적 삶, 그리고 오랜 시간 ‘뿌리내림’을 갈망했던 그들의 역사를 핍진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구상부터 탈고까지 총 4년이 걸린 작품으로 격월간 문학잡지 《Axt》에 연재했던 소설을 2년 6개월 동안 개고하였다.
김숨의 떠도는 땅은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주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과 상실, 그리고 정체성의 혼란을 그린 소설이다. 작품은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과 이주민들이 새로운 터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겪는 고난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주인공 가족의 이주 과정과 그 속에서의 갈등과 상처를 통해 이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소설의중심에는 주인공가족이있다. 이 가족은한국전쟁직후고향을 떠나남쪽으로피난을 가게 된다. 전쟁의 혼란 속에서 그들은 고향을 잃고, 생존을 위해 낯선 곳으로 이주한다. 처음엔 고향을 떠나온다는 두려움과 슬픔에 빠져 있지만, 생존의 필요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주를 선택하게 된다. 그러나 이주한 땅은 그들에게 따뜻한 터전이 되어주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