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갑자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면
『반야심경』 공부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때
전 세계 불자들에게 있어 가장 자주 접하고 익숙한 경전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반야심경(般若心經)』을 대답할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나 법회 때마다, 혹는 불교식 행사가 있을 때마다 빠지지 않고 독송할 뿐만 아니라 54구 260자의 한자로 이루어진 짧은 경전이기 때문에 전문을 암기하는 사람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경전의 내용이 익숙하다고 해서 그 안에 담긴 가르침이 쉬운 것은 아니다. 불교 사상 가운데에서도 가장 오해하기 쉬운 ‘공(空)’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것이 바로 『반야심경』이기 때문이다. ‘공’의 시각으로 ‘나’와 이 세상의 실상을 파헤쳐 보여주고, 이를 통해 이분법적 사고에 물든 우리의 습성에서 벗어난다면 영원한 행복, 바로 깨달음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가르침이 담겨 있다.
전작 『이제서야 이해되는 불교』를 통해 불교의 핵심 가르침을 친절하게 알려주었던 원영 스님이 이번에는 『반야심경』을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내었다. 어려운 용어 대신 일상의 언어로, 난해한 설명 대신 공감 가는 예시와 경험담으로 친근하게 풀었기 때문에 술술 읽히면서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를 통해 인생의 길을 잃고 헤매일 때, 괴롭거나 슬픈 순간을 마주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마라’는 것이 있다. 생각해 보면 그랬어야 했다. 그 동안 서양철학이니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 이야기를 하나씩 들추어보다가 기독교에 관한 것들도 힐끔 거리게 되었다. 그래서 기왕에 그렇다면 동서양 균형을 맞추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중국의 몇몇 고전을 들추어보다가 나름 과감하게(?) 불교로 손길을 뻗어 그래도 귀에 익은 <반야심경>을 잡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막연히 들어본 ‘색즉시공’이라는 뜻도 잘 모르는 말이 깊은 작용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야심경>은 내게 여전히 ‘오르지 못한 나무’였다. 책속의 자상한 설명은 자꾸 내 두뇌 입구에서 들어서길 주저하고 있었고, 그 나마 얼마의 시간이 지나면 그저 입구에만 서성이고 있다고 돌아섰는지 글의 행간은 간 곳이 없었다.
반야심경은 마음으로 읽는 경전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하면, 그 메시지가 매우 강렬하여 평생을 들여다보아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는 태반의 이쪽일까 저쪽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반야심경은 54구 260자로 아주 짧다. 그렇다고 해서 이해하기 수월하다거나 금방 외워지는 것도 아니라고 일단 겁을 준다. 그러니 태반은 평생을 들여다보아도 이해를 못한다고 하는 모양이다. 미리 겁을 주면 태반은 질겁하고 책을 덮을 테니까 말이다.
반야심경은 대‧소승경전의 내용을 아주 간결하고도 풍부하게 응축하고 있어서, 어느 나라 어느 승가의 예불이나 각종 의식에서 빼놓지 않고 독송하는 중요 경전이다. 반야심경은 모든 현상을 꿰뚫어 보는 ‘공’의 시각으로 나를 이루는 요소들을 낱낱이 해체해 그 실체를 보여 준다.
그리하여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이 얼마나 무상한지, 어떻게 유지되고 있는지 파헤쳐 보여주고, 이분법적 사고에 물든 우리의 습성을 일깨워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일상을 벗어나 더 아름다운 세상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