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농협을 가감 없이 질타하고 그러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한국농협 길을 묻다』. 지역재단과 한겨레신문사에서 2015년 3월11일 사상 처음 치러지는 전국 농축협과 수협, 산림조합 조합장 동시 선거를 계기로 우리 농협의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의 길을 모색하는 에세이...
1.1. 정체성
농업산업에 진출할 공간이 있는지 하는 의문에서 책을 골랐다. 문제점이 있는 곳(pain points)을 찾아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비즈니스이다 보니 이런 류의 책을 찾아서 읽게 된다. 농협은 정부가 만든 제도다. 조합이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만든 조직이다. 주식회사처럼 1원 1표가 아니라 1인 1표의 민주적인 제도다.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기능한다. 한데 이런 정체성이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졌다. 정체성이 애매하니 전략이 애매하다. 전략이 애매하니 사회에 대한 소구점 역시도 애매하다. 공자님의 정명사상(사회 성원 각자가 자기의 명분에 해당하는 덕을 실현함으로써 예의 올바른 질서가 이루어짐)을 정체성 강화에 도입해야 할 모양이다. 174쪽이다.
<본디 농협은 시장에서 다양한 정의 기능을 한다. 사채 금리를 낮추고 영농자재 가격의 상승을 억제하며 대형 유통업체의 산지 독과점을 견제하고 정책에 대한 요구와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수급 조절을 통해 유리한 시장 조건을 마련한다. 하지만 농협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으로 미뤄볼 때 이러한 순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명확하지 않은 정체성 아래에서 농협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탐하는 기회주의적 행동이 만들어낸 늪에 스스로 빠진 꼴이다. 만일 농협이 시장과 농민에게 긍정적 신호를 전달하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곤욕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