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0년 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金鼎賞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 수상작!
타이완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천쓰홍의 걸작!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다. _황인찬(시인)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타이완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장편 소설 『귀신들의 땅』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걸작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으며, 12개 언어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3부 울지 마
3부에서는 그동안 제시되었던 천씨 집안의 미스테리들이 하나씩 풀린다. 먼저, 텐홍이 T 를 살해한 사건에 대하여, 그 경위가 드러난다. 다섯째의 죽음도 그 전말이 드러난다. 그것은 넷째와 관련된 것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엄마(아찬)과 아버지(아산)에 관한 것인데 이들은 각각 옆집 뱀 잡는 사내와 징쯔총(양타오 과수원의 빨간 반바지)와 관련이 있다.
31 손금의 미궁에 빠지다
열여덟 살 아찬의 이야기다. 아찬의 엄마는 과부다. 한 때 대지주였지만 이제 몰락한 천씨 집안의 장남과 열여덟이 된 콩기름 공장 큰딸 아찬의 결혼이 성사된다. 두 번 만나고 결혼이 결정되었다. 아산의 첫인상은 단정한 데다 몸에는 은은한 향기가 났다. 콩기름 공장 노동자들과는 딴판인 이런 모습에 아찬은 반한다.
‘향기나’ 간장 공장의 운반 노동자 안경잡이가 나온다. 그는 몰래 아찬을 좋아하는 남자다. 그는 박쥐로 맛있는 국을 끓이는 범이나 매미를 튀기면 맛나다는 것을 아찬에게 알려준다. 어느 날 아찬은 안경잡이의 손금을 볼 일이 있었다. 손금은 아주 복잡했다. “엄마가 가르쳐준 방법을 응용하기가 어려웠고 미래의 수명과 운을 가늠해 내기 어려웠다.”(360)
32 저는 그저 춤 연습을 하러 왔을 뿐이에요
텐홍이 돌아오고 함께 재회한 누나들, 그리고 텐홍의 중학교 친구 샤오촨이 닭갈비를 먹는다. 그때 닭갈비 집 여인이 초등학교 때 스트립댄서를 했던 동창임을 샤오촨의 귀뜸으로 알게 된다. 그녀에 관한 이야기다. 중학교 때 샤오촨의 엄마 즉 담임선생이 샤오촨과 텐홍의 관계를 알게 되고 둘을 떼어놓기 위해 텐홍을 폭행한 적이 있다. 덩치 큰 학생 둘을 데려와 추풍 나무 아래서 텐홍을 무자비하게 린치 하고 잇을 때 스트립쇼 학생이 우연히 지나가다 인사를 하게 되고 그 덕분에 텐홍은 도망칠 수 있게 된다. 그녀는 이제 시대가 바뀌어 스트립쇼에 대한 수요가 없자 닭갈비집을 하고 있는 것이다.
1부 엄마가 안 보여
1 첫 번째 타운 하우스
<<귀신들의 땅>>은 대만 작가 천쓰홍의 2019년 소설이다. 제목처럼 귀신들에 관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막상 내용을 보면 1980년대 근대화를 거친 대만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관한 것이다. 역사의 질곡과 맞물려 그들의 삶이 마치 귀신의 삶, 귀신들린 삶과 같았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대만 근대사의 격변 속에서 빈곤, 독재 탄압, 소수자에 대한 거시적 미시적 차별에 무방비로 노출되어 생존을 위해 분투했던 한 집안의 이야기가 나온다. <<귀신들의 땅>>은 그들의 삶에 대한 생생한 증언이다.
1부 1장 ‘첫 번째 타운 하우스’에서 주인공이자 화자 ‘나’(천텐홍)는 연인 T에게 질문을 받는다. “어디서 왔어?”(11) 그에 대해 대답하려 하지만 동아시아의 변방의 땅에 대해 마땅히 설명할 수가 없다. 나의 고향은 용정이라는 타이완 중부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19세기에 처음 개간한 후에 농촌의 모습을 갖췄던 용정은 1970년대 와서 외지 건축업자들이 최초의 타운 하우스를 짓기 시작한다. “나란히 붙은 열 동의 타운 하우스는 각각 3층으로 지어져 작은 시골의 번영을 상징하는 서곡이 되었다.”(13) 이 타운 하우스 중 한 동이 나가 자란 곳이다.
그리고 이 작은 시골이 바로 그의 귀신들의 땅이었다. 우선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이 떠드는 귀신들이 있다. 백년 된 도랑 양쪽 버드나무에 사는 여자 귀신은 시집을 못 가보고 죽은 노처녀 귀신이고 도랑의 물귀신은 일제 강점기에 일본 병사에게 능욕을 당한 부녀자가 자살한 후 귀신이 되었다는 소문이다.
흔히 일제 식민지 등 한국과 유사한 역사의 궤적을 밟은 나라가 대만이다. 그래서 인지 한국인 독자에게도 익숙한 설정이 많다. 도랑이나 나무의 여자 귀신이 그것이다. 일제의 억압을 거치면서 그 중에서도 약자인 여자들이 억압당한 역사가 귀신 이야기로 변모한 것이리라.
2부 톈홍이 돌아오다
16 용싱 수영장
고향에 돌아온 텐홍이 샤오촨을 길에서 만난 후 그와의 중학 시절 추억에 돋는다. 고입연합고사 준비, 여름방학 보충수업, 샤오촨과 위안린에 가서 고기완자를 사먹고 카세트테이프를 사고 당구장에 간 것. 그리고 용싱 수영장이 새로 개장하자 샤오촨이 수영을 못하는 텐홍에게 수영강습을 시켜 준 것. 그러다 수영장에서 둘의 모습을 영어선생님 즉 샤오촨의 엄마에게 들키자 둘은 학교 자리도 바뀌고 어울리지 못하게 된다. 30년이 넘은 지금의 용싱수영장은 폐허가 되어 있다.
17 집으로 돌아가는구나
아버지 아산의 시점이다.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텐홍은 어머니에게 쫓겨난다. ‘난봉꾼’이라고 욕을 먹으면서. 죽은 시신이 되어 누워있던 아버지는 텐홍이 빨리 장례식장을 떠나버리기를 원했다. “네가 빨리 가버리기를 바랐던 건 두려웠기 때문이다. 네가 1초만 더 머물렀다가는 사태의 진상을 알게 될지도 모르니까. 물탱크 안에서의 일말이다.”(194) 물탱크 안에서의 일? 아버지는 혹시 텐홍에 대한 어떤 비밀을 알고 있는 걸까.
왕씨네 두 아들에 대한 이야기. 큰 아들은 아버지 라오왕을 따라 무역을 하면서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작은 아들은 지식인으로 제대하자마자 고향으로 돌아온 터였다. 그가 멍청이 징쯔총이다. 그는 매일 과수원에서 책만 읽는다. 큰돈을 들여 좋은 대학 공부까지 시킨 것인데 그는 대도시 생활을 견디지 못하고 시골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농부로 살겠다고 한다.
이 장은 양타오 과수원에서 천씨네 일곱 남매와 왕씨네 아들 둘이 수확을 돕던 날을 기록한다. 그때 갑자기 기록적인 엄청난 우박이 쏟아져 모든 농작물을 망가뜨린다. 그런데 그 비 때문에 아찬(텐홍의 엄마)가 보고 말았다. “천씨네 작은아들과 왕씨네 작은아들”을.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