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2차 세계대전 중국의 한 포로 수용소에서 기록한 인간 실존 보고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의해 중국 산둥 수용소에 억류된 서양인 포로 2,000여 명 가운데 한 명이었던 랭던 길키는, 수용소에 모인 각계각층의 사람들 속에서 인류 사회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작은 문명'을 발견하고 그 이모저모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극심한 결핍과 억압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그동안 축적한 용기와 지혜를 발휘하며 문명을 재건해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 본성의 맨 얼굴과 도덕적 딜레마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바깥세상의 관습과 지위와 사회적 명성을 모두 반납한 채, 맨몸으로 무인도와 같은 수용소에 갇힌 사회 지도층, 지식인, 기독교 사역자들은 자신의 안위가 보장되지 않는 이 긴장과 불안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지녀온 가치관과 신앙과 윤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도 그들은 자신만만하게 신봉해온 도덕성과 합리성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이웃을 돌볼 수 있을 것인가?
살아 있는 체험을 바탕으로, 인간 안에 있는 도덕적 당위와 본성적 이기심 사이의 괴리와 분열을 날카롭게 해부하는 저자의 목소리는, 인간 공동체의 가장 심각한 위기가 물질적 결핍이나 외부로부터의 폭력이 아니라, 바로 우리 내부의 도덕적 실패로부터 발생함을 충격적으로 들려준다.
저자가 쓴 일기에 의존하여 서술된 이 책은, 때론 신학적이면서 철학적인 장의 ‘제목’과는 달리, 고등학생들의 다툼을 서술하는 듯한 수준 낮은 인간의 모습들을 묘사하는 내용이 책의 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기에, 처음에 포로수용소라고 하는 낯선 배경이 주는 묘한 흥분에 이끌리어 책을 읽어 내려갔던 열정이 어느덧 많이 식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들은 저자가 하나님을 만난 이야기를 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임을 마지막 쪽을 넘기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소개하는 책 『산둥 수용소』 는 「크리스채너티 투데이」(Christianity Today)에 의해 ‘20세기 100권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다. 저자인 랭던 길키는 1939년 하버드 대학 철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였으며, 라인홀드 니버의 지도아래 컬럼비아 대학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1989년 은퇴할 때까지 시카고 대학의 신학과 교수로 재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