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작가는 1988년 당시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본질'을 정면으로 다룬 화제작 「깃발」을 발표하여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깃발」에서 그려지는 지식인의 모습은 "무기 반납"을 하자거나, "대게 학생놈들"이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있는 이들은 그곳에서 나고 자란 '못 배운 이들'이었다....
1980년 전두환의 군부 독재 정권은 독재에 반발하여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운동을 무력으로 진압하기 위하여, 국민들을 지키기 위하여 존재하는 군을 투입하여 진압하였다. 당시 광주에서는 계엄군들이 광주 시민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었고, 실제로 발포, 제압까지 실시하였다. 또한, 이러한 사실이 광주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광주를 봉쇄하고 광주를 왕래하는 모든 사람들을 검문하였다. 따라서, 당시 많은 사람들은 광주민주화운동의 참상에 대해서 자세하게 몰랐으며, 심지어는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유언비어가 퍼지게 되었다.
소설 속에는 인물과 집단 간의 대립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작가는 이러한 대립을 통해 지식인들의 모순적인 모습을 폭로한다. 온건파 집단의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윤강일이다.
본래 인간에겐 양면성이 있다. 강함과 약함. 용기와 공포. 아름다움과 추함. 존엄성과 비열성. 이 두 집단에는 이런 양면성이 허용되지 않는다. 어느 한쪽만이 요구된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다. 홍희담, 「깃발」, 창작과 비평사, 2003, 21쪽
위의 인용문은 야학 교사인 윤강일이 노동자 집단의 특수성에 대해 논하며 이야기한 것이다. 운동권 지도부인 윤강일은 시위대의 선두에 서서 언론 기관(MBC)을 불태우는 등 지도부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총기 발포가 시작되자 곧바로 광주를 떠난다. 총기 발포가 허용된 이상, 이 싸움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며 불필요한 피만 낭비할 뿐이라는 것이다. 윤강일의 말대로 인간은 모두 양면성을 지닌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은 맞서 싸워야 한다는 목표 아래로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때문에 총탄을 피해 도망갔다고 한들 그를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윤강일을 그리고 지식인들을 모순적이고 비겁한 인물로 만드는 것은 바로 본인들이 했던 말과 행동 즉 지도부들이 항시 행해왔던 태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