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앙리 마티스를 질투해 〈아비뇽의 여인들〉을 그린 피카소,
‘절규’가 아닌 〈태양〉을 품은 뭉크,
〈꽃 피는 아몬드 나무〉로 조카에게 마음을 표한 고흐…
‘영감’, ‘고독’, ‘사랑’, ‘영원’의 방에서 조우하는 불멸의 작품들
그림의 방을 거닐며 서사를 만나고 인생을 배우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 JTBC 〈톡파원 25시〉 등에서 활약하며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 도슨트로 활동하고 있는 이창용 저자의 신작이 나왔다. 독보적인 미술계 스토리텔러 이창용 저자는 《이야기 미술관》에서 지금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고 있는 불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림 속에 숨겨진 다양한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나간다.
교양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야 한다는 미술관에 가 봐도 혼자 겉도는 기분이 들거나 유명한 작품을 봐도 “예쁘네” 정도로만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미술 이야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또한 ‘삶을 살아가는 데 미술이 꼭 필요할까?’라는 의문이 들 것이다. 그러한 물음에 이창용 도슨트는 확고하게 “네”라고 답한다. 자신의 예술 취향을 파악하는 것은 삶을 더 다채롭게 할 뿐만 아니라, 그림을 아는 것은 그 시대의 삶과 문화, 역사를 아는 것과 같기에 우리의 시야는 더 넓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화가는 각자의 방식대로 회화의 역사를 요약한다.”- 질 들뢰즈
이창용 도슨트는 ‘읽는 그림(고전주의)’을 통해 화가의 생애, 작품 탄생 배경, 그리고 그림 속 비하인드를 보여주며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작품 속 인생을 들려준다. 뭉크가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했다는 〈절규〉 속 남성은 절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꿰뚫고 들려오는 ‘절규’에 귀를 막는 모습이고, 우리에게 친숙한 클림트의 〈키스〉는 연인과의 사랑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에게 애타게 구애하는 모습이다.
《이야기 미술관》에는 네 개의 방이 존재한다. ‘영감’, ‘고독’, ‘사랑’, ‘영원’의 방에서 우리는 수 세기 전에 탄생한 걸작들을 살펴본 후 아름답고 경이로운 그림의 세계로 들어간다. 아주 잠깐의 시간으로 읽어본 그림 이야기만으로도 작품들이 달리 보이고 더 선명하게 와닿을 수 있다. 교양 미술 입문서이자 필독서인 이 책을 통해 ‘읽는 그림’을 만나보게 될 것이다.
가. 읽는 그림과 보는 그림
영화 같은 곳에서 주인공이 홀로 팔짱을 끼고 명화 앞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을 정말 멋지다. 그렇게 폼을 잡으며 그림을 응시하려면 그림을 나름대로 보는 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그림 감상과 관련한 책을 읽기도 했지만 여전히 그림 앞에 서면 그저 수박 겉핧기다.
그런데 이창용의 『이야기 미술관』을 보고나면 나름대로 그림을 읽거나 보는 안목이 조금은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책의 서문을 읽으면서 막연하게 그렇게 느껴진다. 문외한이라 실토하자면 ‘읽는 그림’이나 ‘보는 그림’이라는 말도 내게는 생소하다.
그런데 그런 구분을 읽고 보니 그동안 몇 번 미술관을 기웃거리면서 본 그림을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술은 크게 인상파를 기준으로 ‘고전주의’와 ‘현대미술’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이런 명쾌한 구분이 나를 즐겁게 한다.
그리고 고전주의의 그림을 읽는 그림이라고 하고, 현대미술을 보는 그림이라고 하니 그림이 갑자기 쉬어지는 느낌이다. 고전주의는 읽는 그림이므로 읽으려면 사전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그림 속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미술은 보는 그림이므로 감성이 중요하다. 그림을 나름대로 보고 느끼라는 것이다. 인상파는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으로 보이는 대상을 찰나적으로 화폭에 담는다. 따라서 의미를 읽기보다는 감정으로 느끼고 공감하라고 한다.
또한, 읽는 그림이니 고전주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 취향을 보수적, 현대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미술 취향이 진보적이라고 한다는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도 아마도 고전주의 쪽에 공감을 하는 것 같다. 현대미술을 너무 어렵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