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친구가 나를 '지독한 자기 중심주의자'라고 부른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스스로 제법 겸손한 남자라고 생각했지만, 그 친구가 옳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지요. 작가들이란 모두 자기 중심적이기 마련입니다. 마음과 영혼을 소진하며 글을 쓰다보면 결국 자기 안으로 파고들게 되니까. 최근에는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칭찬을 너무 많이 듣는 데다, 너무 외로운 삶을 살고 있고 이제 다른 어떤 희망도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20대 조금 끄적이다고 무슨 회사 임원까지 가서 40대 중반에 사고를 쳐서 나온 다음에 우연히 소설을 쓰게 되었다. 작가들이 자기 중심적이면 어떤가? 회사에서 주어지는 합법적인 권한으로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사람도 많은데 작가가 남을 착취하는 것도 아니고.
최근에 내가 관계 안에서 을의 입장이 나도 모르게 되어버리고 자꾸만 힘을 잃고 막대른 골목으로 가는 이유를 알았는데 그것은 불안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