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늘날 가장 유명한 일본 작가 중 한 사람인 다자이 오사무의 『달려라 메로스』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민음사에서는 세계문학전집을 통해 『인간 실격』, 『사양』, 『만년』 등 다자이의 주요 작품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이 책 『달려라 메로스』는 다자이 문학의 중후기 대표작을 모은 것으로 『사양』과 『만년』의 번역가 유숙자가 수록 작품을 고르고 우리말로 옮겼다. 1939년 결혼을 계기로 서른 살의 다자이 오사무는 인생과 문학 모두에서 전환기를 맞이한다. 질풍노도의 청춘을 뒤로하고 가장이자 직업 작가로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 다자이의 문학 세계는 이 시기에 한층 다채로워진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에서는 일본 데카당스 문학의 대표 작가라는 익숙한 수식어 뒤에 가려진, 재기 발랄한 이야기꾼으로서 다자이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다.
다자이 오사무의 단편 소설 『달려라 메로스』를 읽으면서 저는 ‘약속’과 ‘신뢰’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금 깊이 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 책은 폭군에게 붙잡힌 메로스가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친구 셀리눈티우스를 인질로 맡기고 단 며칠 만에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리는 과정을 그립니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문장은 저에게 인간의 존엄성, 우정의 가치, 그리고 어떤 난관 속에서도 약속을 지키려는 의지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저는 저 자신의 삶 속에서 맺었던 약속들을 되돌아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신뢰를 어떻게 쌓아가야 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독서를 통해 저는 삶의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강인함과 타인과의 진정한 관계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읽으며 그의 문학에 담긴 다양한 면모와 심리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며, 인간의 내면과 사회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통찰을 보여준다. 이번에 언급된 작품 중에서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자이 문학의 핵심적인 주제와 감정의 폭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만원」은 여성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다. 다자이가 자신이 겪은 힘든 시기를 지나 다시 창작에 힘을 쏟을 때 발표한 이 작품은, 금기로부터 해방된 여성의 새로운 시선을 드러낸다. 작품 속 여성은 자신을 억압하는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의 갈등과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심리 변화는 당시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와 권리에 대한 문제를 환기시키는 동시에, 인간 본연의 욕구와 억압의 딜레마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