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조카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주인공 상균이 전쟁통에 잃어버린 자기 형 상섭을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비록 화자는 상균이지만, 이 이야기의 진짜 주인공은 그의 아홉 살 터울의 형 상섭이다.
그들의 집안은 유복한 포목점이었다. 장사꾼이었던 아버지는 장남을 판검사로 만들겠다며 일본으로 유학도 보내고, 포목점을 운영하며 돈을 벌어들이는 족족 땅을 샀다. 그러니까 자식과 부동산, 그리고 사업장에 고루 투자한 셈이다. 요즘으로 따지면 퍽 괜찮은 투자수법이었지만, 시기가 좋지 못했다. 처음엔 일본제국이, 그 다음 번엔 공산주의가 성행하고, 그 다음엔 공산주의자를 빨갱이라며 잡아 족치던 한국 정부가 들어서던 아슬아슬한 시기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