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섹시한 은유와 도발적인 상상력으로 몸을 경쾌하게 시로 다루었던 첫 시집 이후, 더욱 도발적인 제목으로 시인이 2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 우리 의식의 한 꺼풀 속살을 열어, 순간순간 의식을 낳는 여러 가지 욕망들을 시인은 자의식으로 다독거리고 갈무리한다. 또한 아주 구체적이면서 일상에서 감히 언급하지 않았던 것을 자연스러운 육체의 호흡으로 끌어올리는 그녀의 시어들은 육체의 감각 밑에서 시의 연장선을 이어가고 있다.
표지에 써있는 ‘명랑하라 팜파탈’이라는 문구는 시집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팜파탈’에서 팜은 프랑스어로 여성을 뜻하고 파탈은 숙명적인, 운명적인을 뜻한다. 사회심리학에서는 팜파탈을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이라 칭하고 있다. 팜파탈은 소설이나 영화에서 악녀로 등장하기도 하며. 순박하게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를 절망과 파멸로 이끌어 나락으로 떨어뜨리게 만들기도 한다. 악녀들은 항상 욕을 먹거나 손가락질을 당하지만 그녀들에게는 왜인지 모를 묘한 매력 요소들이 있다. 가끔 악녀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이는 악녀라 찍힌 그녀들이 사회속에서 억눌릴 수밖에 없었던 가슴 깊은 부분의 고통과 분노를 해소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악녀들은 자신들을 지배하던 이들을 오히려 이용하여 파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