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명의 껍질 뒤에 숨겨진 도시 속 야생의 세계를 탐험하라
- 왜 도시 속에서 숲보다 다양한 종의 생물이 발견되는가
- 도시 속 자연에서 어떤 장소 권력을 읽을 수 있는가
- 기후위기시대 도시 생태계가 나아갈 방향은 어디인가?
《메트로폴리스》에서 6,000년간 인류 문명을 꽃피웠던 26개 도시를 탐험한 벤 윌슨은 《어반 정글》에서는 오랫동안 역사학자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던 도시의 야생적인 부분을 탐험한다. 포장도로의 갈라진 틈, 건축 부지, 숨겨진 늪, 형편없는 불모지 등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도시의 지저분한 곳에서는 자연이 무제한적인 자유를 누리면서 제멋대로 번성하고 있다. 도시 속에 존재하는 자연의 풍부함도 놀랍지만, 가장 놀라운 사실은 도시 생태계의 순수한 역동성이다.
반면, 인류는 산업화로 인해 도시공원을 만들었다. 그곳은 자연이 정리되고 단순화되고 야생 생물의 자발성과 지저분함이 억제되며 인간의 지배 충동이 가장 명백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이 경멸했던 부자연스러운 자연 형태는 계속 살아남아 조용히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우리는 최근에 와서야 이 야생의 지저분함 속에 담긴 아름다움과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알아차리게 됐다.
기후 비상사태가 발생하고 생물 다양성이 붕괴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모두가 도시의 자연에 관심이 많다. 이 책에서는 그런 단순한 관심을 넘어 도시 거주자들과 대도시 내부 그리고 주변 환경 사이에 존재하는 길고도 복잡한 관계를 고찰하고 있다.
오래 전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본 반야나무는 충격 그 자체였다. 거대한 석축 사이에 뿌리를 둔 나무는 거대하게 자라 폐허가 된 앙코르와트를 감싸 안고 있었다. 자연의 경이에 와 함께 어떻게 도시가 폐허가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렇게 폐허가 된 도시는 비단 앙코르와트뿐만 아니다. 마야 문명 또한 폐허가 된 채로 오래도록 인간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었다. 고대 도시뿐만 아니라 도시의 황폐화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산업화 이후 도시에서는 급격하게 숲이 사라졌다. 그 대신 온갖 문명의 찌꺼기가 도시 외곽에 쌓였다. 현대 도시는 더 높아진 온도, 예측할 수 없는 폭풍, 해수면 상승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생몰을 목격한 후에야 뒤늦게 인간은 도시화로 인한 생태계 파괴에 주목하고 도시에 인공 정원에 주목했다. 도시가 기후 위기를 견디려면 자연 상태로 복원된 강과 습지, 갯벌 그리고 지붕처럼 드리워진 숲의 그늘 등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벤 윌슨의 『어반 정글』은 바로 이 점을 주목하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인간이 자연과 함께 살고자 하는 충동의 힘을 확인하고, 도시와 자연의 경계가 되는 곳을 살피며 생태계 파괴에 대한 경종을 울린다. 이와 함께 21세기 도시는 생태계와 교류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생태계에 변화가 오면 그것은 점차 인간에게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아울러 지금처럼 무분별한 도시화가 계속 진행된다면 언젠가는 앙코르와트의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 이는 최근의 지구 기온의 상승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로 인한 심각한 조짐들이 사방에서 나타나고 있다. 극지방에서는 엄청난 양의 빙하가 사라졌다. 그로 인해 해수면이 상승되고 저지대에서 침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