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희는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고려 초 거란의 대군이 침입했을 때 '세 치 혀'로 상대를 설득해 싸우지 않고 영토를 획득했던 사람이다. 장철균 전(前) 스위스 대사가 쓴 <서희의 외교 담판>은 그런 서희의 활약과 업적을 역사적 측면뿐만 아니라 외교적인 측면에서 정리했다. 저자는 외교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서희의 외교 담판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 경험을 현재 우리의 외교에 어떻게 반영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저자가 처음 서희에 대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한국의 바람직한 외교관상을 찾아보려는 목적이었다. 전쟁의 영웅은 많지만 전쟁을 미리 막아낸 외교의 영웅은 찾아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자는 외교관으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서희의 외교 전략을 재조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서희의 외교 담판>이다.
Ⅰ. 머리말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고려 때 ‘서희의 외교 담판’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것이다. 서희는 거란의 제 1차 침입 때 소손녕과 담판을 지어 강동 6주를 획득하는 데에 일조했던 지혜, 덕, 그리고 용기를 갖춘 문관이다. 오늘날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분쟁, 중국-일본의 센카쿠(댜오위다오)열도 분쟁, 그리고 대한민국-일본의 독도 분쟁 등 국가 간 많은 분쟁이 일어나고 있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이룩한 서희의 외교를 통해 위와 같은 분쟁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본고는 10세기 동아시아의 패권다툼부터 서희의 외교까지 순서대로 살펴 볼 것이다.
Ⅱ. 싸우지 않고 이룬 승리 - 외교
1. 동아시아 국제 관계
‘중화사상(中華思想)’, 또는 ‘화이사상(華夷思想)’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예부터 중국은 자국을 중심축으로 하여 이민족을 오랑캐로 여기는 이분법적이고 자문화 중심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