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의 현실을 향한 문학적 경고!
2013년 토마스 만 상 수상 작가 율리 체가 2009년 발표한 소설 『어떤 소송』. 건강이 최우선 가치이자 법인 21세기 중엽의 미래를 배경으로 주인공 미아가 체제에 맞서 벌이는 법정 투쟁을 그린 작품이다. 미래 사회의 다양한 부분을 개성 있게 묘사해 문학적 상상력을 펼쳐 보이는 동시에 온갖 기술의 발달로 사생활과 개인 정보가 광범위하게 노출되고 통제되는 오늘날의 어두운 이면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해준다.
매일의 영양 섭취와 수면 시간, 운동량 등을 매달 당국에 보고해야 하는 건강 독재 체제 아래 살아가던 주인공 미아. 법과 국가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던 미아는 반항적이며 자유를 사랑한 남동생의 자살 뒤에 숨은 진실을 파헤치며 체제의 모순을 깨닫고 새로이 태어난다. 반체제적 자유주의자였던 동생의 운명에 차차 가까워진 미아는 건강이라는 가치를 볼모로 개인의 자유권을 억압하는 체제와 그 신봉자인 언론인 크라머를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시작하는데…….
우선 이 책은 마지막 독후감을 쓰기에 완벽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헤세의 데미안에서 바라본 인간의 내면과 사회를 다루는 여러 책들을 망라하는 주제를 지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복합적인 주제들이라서 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기도 하다. 책을 절반만 읽었을 때에는 모리츠 홀의 사랑과 신념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끝까지 읽고 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근래 읽은 소설 중 가장 완벽하고 만족스러운 결말을 지녔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장은 ‘물고기 끝’과 ‘끝’이다. 해당 작품을 전체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낚싯줄 끝에 매달려 자살한 모리츠, 감옥에 바늘을 넣어달라고 한 미아 등 낚시에 관한 모티프가 많이 나온다. ‘물고기 끝’에서 미아는 인간이 자유로운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외면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리츠는 인간이 자유롭게 사고하기 위해서는 죽음을 삶의 반대로 파악하지 말고 경험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