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살면서 한번쯤은 누리고 싶은, 세계 문학 전집을 읽는 시간
무작정 읽기 시작하여 일 년간 야금야금 100권을 읽고 쓰다
세계 문학 전집을 벗 삼아 마음의 터널 통과하기
사는 곳은 대전. 자주 연락하는 사이는 단 둘, 동생과 친구 P. 함께 사는 생명은 연필선인장 ‘연필이’가 유일하다. 누구의 이야기일까.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열 문장 쓰는 법』 등을 펴낸 김정선 작가의 ‘근황’이다. 건강 문제로 25년 가까이 해온 교정 교열 일을 그만두게 된 그는 작년 2020년에 서울 살이를 정리하고 대전으로 이사했다. 건강을 추스르기 위해 하루 2시간씩 산책하기로 다짐한 것과 더불어 그가 시작한 일은 세계 문학 전집을 읽는 것이었다. 서점에 가면 늘 세계 문학 전집 코너 앞에서 발길을 멈추고 마치 잘사는 이웃집 바라보듯이 선망의 눈길이 되곤 했던 그. 마침 따로 할 일도 없는 차에 그는 죽기 전에 언젠가 나도 한 번 해봤으면 하고 바라던, 세계 문학 전집 읽기에 착수했다. 이 ‘세계 문학 전집 읽기’ 여정은 일 년을 채웠고, 모두 100권(작품 수로는 70편)의 책을 읽었다. 그러는 동안 그의 몸무게를 떠받치던 소파가 좋이 10센티미터는 주저앉았다고 한다. 그와 함께 세계 문학 읽기 여정을 떠나보자.
1. 코로나와 세계문학읽기
코로나 시국도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전염병 앞에서 공포스럽고 혼란하던 한편으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고립된 생활로 들어간다는 것은 새로운 막막함과 낯설음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집안에서 뭔가 생산적인 취미를 개발할 수 없을까 궁리하던 기억이 난다.
누군가는 이 기회에 화분이나 인테리어, 집밥 요리에 열을 올렸을 테고 누군가는 시간에 쫓겨 못 챙겼던 영화나 드라마, 책을 작파하자 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온라인으로 재편된 노동과 창작, 연결을 도모했을 수도 있다. 나도 이중 몇 가지를 마음에 두었으나 3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니 어느 것 하나 똑 부러지게 해 낸 것은 없고 모두 흐지부지 되고 만 것 같다.
<<세계문학전집을 읽고 있습니다 1>>의 작가처럼 ‘칩거’생활 동안 세계문학 읽기를 도전했으면 어땠을까, 뒤늦은 후회도 든다. 나도 그런 계획을 잠시 품기는 했지만, 전집 읽기는 수 백 권에 이르는 긴 호흡의 프로젝트라는 생각에 지레 포기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