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편지를 쓰고 주고받는 일이 거의 사라진 시대에 서울 한복판에 문을 연 편지 가게 ‘글월’. 드물고 멀어진 탓에 여느 때보다 편지 쓰기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손편지의 힘을 궁금해하며 편지를 써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오래도록 잊고 있던 편지의 가치를 떠올리며 다시금 편지를 써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문자 메시지와 메신저, 이메일이 편지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는 하나, 전하기 어려운 진심을 전하거나 말로는 충분히 전할 수 없을 고마움이나 미안함이 생겼을 때 우리는 여전히 편지를 찾는다. 어려워도, 그 어려운 마음까지 고스란히 전달하는 ‘가장 자신다운 매개물’이 편지임을 알기 때문이다. 『편지 쓰는 법』은 바로 이 편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편지 가게에서 만난 수많은 편지와 편지 쓰는 사람 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문주희 작가의 『편지 쓰는 법』을 읽는 내내, 오래 전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손으로 꾹꾹 눌러쓴 글자들, 때로는 삐뚤삐뚤하거나 잉크가 번진 부분, 실수로 잘못 쓴 문장을 지우고 그 위에 겹쳐 쓴 흔적들… 그 모든 것이 담긴 종이 한 장이, 그저 단어의 집합체가 아니라 사람의 온기, 감정, 시간의 결을 담고 있는 하나의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았다.
이 책은 단순히 ‘편지를 어떻게 써야 하는가’를 알려주는 기술서가 아니다. 오히려 마음을 어떻게 꺼내어 전할 것인가, 진심을 어떻게 문장에 담아야 하는가, 무엇을 말하지 않고도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고 있는 책이다.
편지라고 하는 것은 아날로그 매체이고 1대1의 방식이라는 점에서 더욱 정취가 많이 묻어 있는 그런 형식의 글이라고 생각을 한다. 1대1의 형식이고 사실상 받는 사람 외에는 공유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글을 잘 썼나 하는 여부는 굉장히 심하게 신경을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을 했다.
저자가 지적을 한 것과 같이 편지는 뜯어서 보기 전까지 기대감이 상당히 강하게 드는 그런 매체라고 할 수 있다. 내 앞으로 온 것, 발신인을 확인하고 나면 얼른 뜯어서 그 내용을 확인하고 싶어지는 그런 심리가 있다. 보통 인사 형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책에 제시가 된 것처럼 날씨나 근황, 혹은 유머러스한 소재로 시작을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편지 가게가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그게 운영비나 나올까하는 걱정이 첫 번째였고, 아직까지 편지를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는 의문이 두 번째였다. 원하는 즉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우표를 살 필요도 없고, 답장을 기다릴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편지지와 편지 서비스를 팔아서 먹고 살고 있다는 사실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요즘 세상에서 편지는 더 이상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다. 편지는 감성을 건드리는 복합적인 예술이 아닐까 싶다. 원래대로라면 불편했을 기다림과 귀찮음이 편지에 감성을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