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b대한민국의 경제정의는 무엇인가?/b
과거 성장격동기에 재벌과 대기업 집중육성 정책을 펴왔던 대한민국 정부는 재벌 대기업을 위주로 성장시키면 국민들도 같이 잘 살게 되리라는 기대하에 그들에게 세금, 차관, 법률적 지원 및 국가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여러 특혜를 제공했다. 특혜 받은 재벌 대기업들은 이러한 적극적 지원 속에서 성장을 거듭하여 현재의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들이 이뤄낸 성공의 열매는 그들만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예전에 남녀 자녀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달랐는지 알 수가 있다. 예전에 나온 드라마 중에는 딸이라서 홀대받고 맏아들은 부모에게 지극 정성으로 자랐다는 내용이 있었다. 충격적이다. 요즘 자녀를 이렇게 키우는 집안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장담을 한다. 제목대로 가난한 집 맏아들은 답답할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를 다룬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온 가족이 희생해서 맏아들을 지원하는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들은 서울에 있는 유명 대학교에 입학 한 장남을 위해 아끼던 소를 판다. 또 장남의 생활비를 마련하기위해서 집안의 장녀들은 남의 집 식모살이나 심지어 유흥업소에 일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장남이 성공하면 그 집안도 성공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서 생겨난 것들이다. 문학작품이나 방송 매체들이 그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면, 당시 대한민국의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책은 가난한 집 맏아들이라는 예를 통해서 현재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기가 어떻게 생겨났고 이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야하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흥미롭게 저자가 제시하는 가난한 집 맏아들이라는 예화는 우리나라의 시대적 실제 상황인 동시에, 경제적으로 대입해 볼 수 도 있다. 이 책은 부모가 가난해서 다른 자녀들이 아닌 오직 장남만을 대학을 보낸다면, 그 맏아들은 나중에 가족들에게 어떤 도덕적 의무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저자의 의문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예화에서 가난한 집 부모를 대한민국 정부로, 그리고 장남을 대기업으로 치환했을 때, 그 장남의 도덕적 의무는 바로 정부의 특혜를 받은 대기업들의 의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양한 이론과 의견들을 통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이런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에게 갑자기 생겨난 그 질문 못지않게 영향을 미친 것이 바로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샌델 교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