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0 하반기 문학나눔 도서보급사업에 선정된 도서입니다.
우아한 가난의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돈이 없어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지키기 위한 사사로운 투쟁의 기록. 『우아한 가난의 시대』.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는 엄살이었던 거고, 앞으로는 실제로 가난해질 확률이 너무나 높지. 그게 무서워.” 가난이 디폴트인 세상에서 개인의 우아함을 지켜질 수 있는가? '우아한 가난'은 빈곤감이 디폴트인 사회에서 개인이 의연하게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낸 조어이다. 동시에 세상의 기준이 아닌 자기만의 기준으로 삶을 정의한 사람이 빈곤감에 허덕이지 않고 보다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기 위해 택한 방식이기도 하다.
보들레르의 시대에 젊은이들이 가장 두려워한 것은 권태였던 것 같다. 많은 예술가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고, 무엇도 하고 싶지 않게 하는 권태라는 놈의 무시무시함에 대해 이야기했다. 반면에 21세기의 젊은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수치심이 아닐까 싶다. 인정할 수 없는 상사와 함께 일하는 고통, 그의 나이가 되어서도 자신은 훨씬 더 적은 연봉을 받게 될 것이라나는 사살에서 오는 무력감. 스스로 생각했던 것보다 특별한 사람이 아닐지 모른다는 현실을 알게 되었을 때의 서늘함, 그리고 미래를 잊기 위해 현재를 마취하고 있다는 자각에서 오는 공포. 이 와중에 즐길 것들은 천지에 널려 있는 상황은 확실히 권태로움과 수치심을 안겨 준다.그러니까 오늘의 사치는 오늘의 수치심을 잊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 돈에 대해서 어떤 관념을 가지는 지는 삶을 크게 좌우한다. 김지선 작가는 프리미어, 마리끌레르, 하퍼스 바자 같이 화려한 잡지 만드는 회사에서 근무했다. 잡지는 종이 자체도 매우 고급이고 그 안에 내용물은 더 고급이다. 명품에 대한 안내와 셀럽의 사진들이 도배가 되어 있다. 지금은 그 업계가 많이 기울었지만 볼 것이 없던 시절을 풍미했었다. 이 분은 고대 국어국문학과를 나왔는데 아마 그런 유사한 과에서 이런 쪽 일을 하려고 줄을 섰을 것이다. 내 친구도 인문학과를 나온 친구들은 주로 교재 만드는 출판업 쪽에서 박봉에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것을 보았다. 화려한 것을 다루는 잡지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과 삶을 구분하지 못하고 화려한 것을 소비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 같다. 20대나 30대 초반까지는 언제까지나 젊고 그 회사가 계속 자신을 써줄거라고 착각하지만 30대 중반이 넘어서서 마흔이 보이면 이제 현실에 눈을 뜬다. 그 동안 번 돈은 어디로 갔을까 하고. 젊은 인력의 에너지와 감각을 빨아먹는 그런 회사와 시대. 너무 싫다. 잡지사도 편집자보다 더 나이 많은 디자이너들은 설 자리를 찾기 힘들다고 했다. 이 작가는 에디터를 출신이라 글을 잘 썼는데, 돈은 모으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