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사람을 보라』는 116년 동국대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들을 기리기 위한 인물 평전 시리즈이다. 혜정은 『이 사람을 보라』 발간 대상 가운데 가장 최근에 작고한 인물이다. 그렇지만 혜정의 삶과 역사의식은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가 추구하는 인재상을 상징할 뿐 아니라, 그의 숭고한 희생정신은 동국대학교의 정체성인 불교정신과도 상통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혜정은 ‘동국을 빛낸 동문’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 책의 편찬은 혜정이 재학하였던 동국대학교 역사교육과의 역사편찬원이 담당하였다. 동국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는 1968년에 창립되어 50여 년간 지성적 전통[學統]과 실천적 풍모[學風]를 계승·발전시켜 왔다. 특히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이론적 지식인’으로서의 교사보다도 지혜智慧와 자비慈悲를 겸비한 ‘실천적 지성인’으로서 역사교육학도를 양성해 왔음은 동 문들의 큰 자부심이다.
또한 역사교육과는 그 어느 학과보다도 뚜렷한 역사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있다. 창립 40주년(2008), 50주년(2018)을 통해 학과의 역사와 문화를 정립하고자 하였으며, 학생들을 주축으로 결성된 역사편찬원에서 학과 53년사를 저술하는 등 학과정체성 정립에 경주하고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에는 매년 4월 16일마다 ‘기억의 날’ 행사를 거행하며 혜정의 거룩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있다. 2016년부터는 ‘최혜정 동문 장학제도’를 설립하여 혜정의 뜻을 이을 후배들을 양성해오고 있다. 이러한 추념 활동 역시 학과 동문인 혜정의 정신을 계승하고 실천하는 역사공동체 의식의 발로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21년에 들어서는 역사교육과의 교수·동문·재학 생 모두가 한마음으로 혜정의 희생정신을 추념·계승하여 새롭게 실천하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이에 『이 사람을 보라』 간행 사업에 동참하여 혜정의 일대기를 집필하고자 한 것이다. 혜정의 일대기를 교수·동문·재학생이 함께 만들어간다는 것은 그의 정신을 기리는 것뿐만 아니라 학과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는 일이다.
한 사람의 삶은 살아있을 때가 아니라, 죽은 후에 제대로 평가된다. 옛날 왕들의 통치는 죽어 무덤에 묻힌 후 정해지는 “묘호(廟號)”에 의해 심판을 받았다. 아무리 화려하고 큰 권력을 누리었다고 해도, 그 삶이 다른 사람에게 덕을 끼치는 대신 해를 끼치는 삶이었다면, 가혹한 평가를 받고, 연산군처럼 군이라는 이름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것이 꼭 왕에게만 해당되는 평가일까? 우리는 모두 죽음이라는 운명을 통과하면서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한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그 평가의 핵심은 우리가 성취한 목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위해 흘린 눈물과 땀에 있다고 하겠다. 같은 과학자이고 놀라운 발견을 했다고 해도, AIDS백신을 개발해서 죽어가는 많은 사람을 살린 과학자와 가스폭탄을 만들어 많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과학자가 함께 박수를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람의 삶은 길이가 아니라, 깊이로 평가된다. 즉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다른 사람을 깊이 사랑했는가에 따라 평가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년이면 10주년이 되는 세월호 사건이 그처럼 오래전에 일어난 사건이라는데 놀랐다. 그렇다. 우리는 아직도 그 날의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처가 치유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회상과 반성이 뒤따라야 하는데 9년 전 정부부터 지금까지 사건을 충분히 진지하게 다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꽃으로 피어난 참 스승, 최혜정>은 제목이 책 내용의 핵심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최혜정 교사에 관한 책이다. 최혜정 교사는 스승의 삶이 무엇인지를 삶과 죽음으로 보여준 참 스승이었다고 생각한다.
청년교사 최혜정의 삶은 23년이라는 짧은 시간으로 끝이 났지만, 100년을 살다간 인생도 이르지 못한 깨달음을 실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