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인구론’ 주장의 핵심을 이루는 이 명제는 과학과 인간이성의 힘을 통해 인간사회 발전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믿었던 당대 계몽주의 세계관을 뒤흔든 충격적인 말이었다.
출간 되자마자 영국 사상계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인구론’초판은 1798년 익명으로 ‘미래 사회의 개량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의 원리에 관한 연구, 그리고 윌리엄 고드윈, 콩도르세, 그 밖의 여러 작가들 대한 논평’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고 끔찍하다’는 이유로 익명출판을 결정했던 것이다.
맬서스는 이 책에서 논쟁의 여지가 없는 3가지 전제를 제시한다. 첫째, 인간의 생존에 필수 자원인 식량은 산술급수적 성장 법칙을 따른다. 말하자면 식량은 동일한 시간 안에 동일한 양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곧 백분율로 계산하면 시간당 증가율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둘째, 이에 비해 인구는 기하급수적 성장 법칙을 따른다. 말하자면 이자 계산 방법인 복리처럼 같은 시간, 같은 성장률이라 할지라도 기본이 되는 인구수가 달라지기 때문에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셋째, 대부분의 노동자계층, 하류계층 사람들은 물질적 생활조건 개선을 위해 출산율을 높인다는 것이다.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는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경제학자로, 당시 유럽이 겪고 있던 급격한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인구 증가 문제를 연구한 학자였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시기였으며, 기술 발전으로 인해 생산력이 향상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몰려들고,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맬서스는 인구 증가와 식량 공급의 관계를 연구하며, 결국 《인구론》이라는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
맬서스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식량 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쉽게 말하면, 인구는 1, 2, 4, 8, 16, 32와 같이 빠르게 늘어나지만, 식량은 1, 2, 3, 4, 5, 6과 같이 느리게 증가하기 때문에, 결국 인구 증가 속도가 식량 생산 속도를 초과하게 된다는 것이다.
토머스 로버트 멜서스는 1766년 부유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상냥한 아버지 다니엘 멜서스 덕택에 그는 부유한 교육과 보살핌을 받았으며 18세에 케임브리지 지저스 칼리지에 입학하며 뛰어난 사상가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산업 혁명과 시민 혁명 이후의 번영과 함께 18세기 지식인들은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었다. 삶이 안정되고 소작농들의 생활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인구 증가는 미덕으로 여겨져 정책적으로 장려되었다. 영국에서는 부양자녀 수에 따라 빈민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었다.
하지만 멜서스는 이 법안에 대해 반대하며 인구론이라는 책을 간행했다. 책에서 멜서스는 유명한 구절을 남긴다. “인구는 억제되지 않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구절은 인구론의 핵심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 인간은 가급적 자손을 많이 낳으려는 경향이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에는 결국엔 식량 생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식량부족과 기아, 전쟁 등의 사회 혼란이 발생하여 파국이 불가피하리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