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문순태 중ㆍ단편선집 7권 출간
문순태 작가의 삶과 문학 세계를 ?생오지 작가, 문순태에게로 가는 길?(역락)로 풀어낸 조은숙 교수가 147편의 중단편 중에서 65편을 골라 작가가 발표한 연대를 기준으로 하되, 각 권을 주제별로 재구성했다. 특히 독자의 가독성을 위해 한자를 한글로 바꾸거나 한자를 생략 또는 병기하였으며 상당 부분 달라진 표준어 규정에 맞추어 수정했다. 의미가 불분명한 문장이나 문단, 단어와 문장도 많은 부분 수정을 했다. 1권 ?고향으로 가는 바람?, 2권 ?징소리?, 3권 ?철쭉제?, 4권 ?문신의 땅?, 5권 ?된장?, 6권 ?울타리?, 7권 ?생오지 뜸부기?를 창작 당시 작가의 소회와 고백을 생생하게 살리고, 작가 의식의 변모양상과 함께 소설의 주제가 확장되는 지점을 포착할 수 있게 하려고 창작집 초판에 실린 ‘작가의 말’과 평론가의 ‘해설’을 나누어 실었다.
따라서 선집을 읽는 독자들이 시대별로 소설에 대한 작가 의식의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즉 ‘작가의 말’과 평론가 ‘해설’을 통해 문순태 작가의 소설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초기에는 소설이 인간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확신에서 ‘일상성 안에서 의미 찾기’와 ‘이질적인 것들의 어울림’을 추구했다면, 중년에 들어 쓴 작품에서는 6ㆍ25전쟁, 5ㆍ18민주화운동의 체험을 객관화하여 ‘구원의 문제’로까지 심화시켰으며, 노년에 이르러 쓴 작품에서는 성찰의 깊이가 더해져 노년의 삶과 소통 문제, 그리고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의 생태 문제로까지 주제를 확장했다.
이번 중ㆍ단편선집은 문순태 작가의 주요한 작품을 한데 묶음으로써, 독자들이 그의 작품세계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조은숙 교수는 ‘엮은이의 말’에서 “문순태 작가에게 소설은 삶 자체였다. 평생 그와 동고동락을 해온 소설이 있었기에, 삶의 고비마다 찾아온 아픔을 치유할 수 있었다. 그가 소설에서 위로받았듯이, 그의 소설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따뜻하게 적셔주었다. 그는 밖으로 꺼낼 수 없는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자신만의 언어로 구수한 된장처럼 감칠맛 나게 풀어냈다.”라고 하면서 “좋아하는 작가의 전체 작품과 그와 관련된 텍스트를 아울러 읽을 수 있었다는 것은 한 독자로서 큰 기쁨이었다면서, 동시에 작가가 살아오는 동안 축적된 삶의 지혜와 이야기들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은 한 연구자로서 축복이었다.”라고 술회했다.
철쭉제, 이전 모의고사에 출제된 작품이라 전반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당시 문제풀이에 집중한 나머지, 문학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은 할 수 없었다. 이에 아쉬움을 느낀 나는 이번 기회에 전문을 읽으며 여러 측면에서 이 작품이 지니는 의의를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 글을 읽으며, 인물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 첫 걸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인물관계도를 그려보며 내용을 파악했다.
나'는 6 25 때 아버지를 학살한 원수를 갚기 위해 굶주림 속에서 신문팔이를 하는 등 모진 고생과 싸워 끝내 검사가 된다. 그리고 고향으로 내려가게 된다. 아버지를 죽인 '박판돌'은 사장이 되어 있었다. '나'는 그를 앞세우고 지리산 철쭉제가 열리는 세석평전으로 간다. 아버지의 유골을 찾아내자 박판돌은 사라진다. 나중에서야 '나'(박 검사) 앞에 나타난 박판돌에게서 모든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의 어머니 넙순이가 노비로 있을 때, '나'의 조부 박 참봉에게 몸을 빼앗겼다. 박판돌의 부친 박쇠의 아내가 된 후에도 박 참봉은 수시로 몸을 빼앗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