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오랜 시간 망각되었던 장르, 국문장편소설의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는 작품을 만난다!
이미 익숙한 불멸의 고전은 물론, 각 시대가 새롭게 찾아낸 고전들까지 가려 뽑아 그 안에 숨죽이며 웅크리고 있는 진리내용들을 다시 마주하고 이 시대의 이정표로 삼고자 하는 「한국고전문학전집」 제18권 『소현성록』. 북송 시대를 배경으로 소경(호 현성)이라는 인물의 일생과 그 자손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17세기 중후반부터 등장해 조선 후기 내내 전성기를 누린 국문장편소설을 대표하는 수작이다. 국문장편소설 가운데 가장 다양한 파생작을 거느렸을 뿐만 아니라 국문장편소설이라는 장르를 넘어 영향력을 미친 유일한 작품이다.
윤리로 무장한 인물들이 뻔한 결말을 엮어낸다고 생각되는 기존의 고전소설과는 달리 오늘날의 드라마에서 볼 법한 가족 간의 각양각색의 갈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부부싸움, 여자들 간의 질투, 남자의 바람기, 혼사 걱정, 고부간의 긴장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문제들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윤리적 엄격성을 가지고 있지만 경직되거나 폭력적이진 않다. 바람직한 행실을 당위로서 강요하기보다는 인물들 간의 비교를 통해 내면화하도록 돕는데, 이는 후대의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유연하고 세련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줄거리
제1대의 주인공인 소현성은 화 소저, 석 소저, 여 소저와 차례로 혼인한다. 소현성과 그의 부인들은 혼인 과정에서 서로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그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고 그 슬하에 많은 자식을 두게 된다. 제2대의 인물들 중 운성은 형 소저, 명헌 공주, 소영과 혼인하는데, 운성과 그의 부인들은 혼인 과정과 혼인 후에도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특히 명헌 공주는 운성과 결혼하기 위해 첫 번째 부인인 형 소저를 모함하고, 결혼 후에는 시아버지인 소현성과 남편인 운성과 대립하는 등 소씨 가문과 갈등을 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