귄터 그라스의 대표작 '넙치'는 독일 문학사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1959년 출간되어 작가에게 노벨 문학상을 안겨주었으며, 전후 독일 사회의 변화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담고 있다.
'넙치'의 주인공은 1899년 생인 오스카 마투젠이다. 오스카는 자신의 세 번째 생일 날 갑자기 성장이 멈추어 버리는데, 이를 계기로 그는 세상을 날카롭게 관찰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을 형성해 나간다. 오스카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독일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게 된다.
1.책 정보
1.1 책 정보
'넙치'는 1984년 학원사에서 처음 출판되었으며, 고려대 독문과 교수인 김재혁 교수님의 번역으로 새롭게 다시 출판되었습니다. 이번에는 귄터 그라스가 방한을 기념하여 직접 그린 삽화로 표지를 꾸몄으며, 작품 첫 페이지에는 '헬레네 그라스에게'라는 헌사가 달려 있어서 아버지가 딸에게 전하는 이야기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넙치'는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야기의 주인공인 '내'는 임신한 아내인 '일제빌'에게 11명의 여자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 소설은 바익셀 강의 늪지대를 배경으로 신석기 시대부터 철기 시대, 중세, 바로크, 절대 왕정기, 그리고 20세기에 이르는 대서사가 시간 순으로 전개됩니다.
여성 요리사들은 민족 대이동 시절에는 순무를 재배하였고, 7년 전쟁기에는 감자를 발견하였으며, 공산주의 혁명기에는 양배추를 식량으로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말하는 넙치'는 사회적인 억압체제에서 이성과 논리(이데올로기)를 상징합니다.
이야기에서 넙치가 누구에게 속하는지에 따라 역사의 주도권이 바뀌게 됩니다. 넙치는 여성에서 남성으로, 그리고 다시 여성으로 돌아오면서 남성 중심의 역사적인 악영향에 대해 언급하며, 앞으로는 여성을 위한 조언자로서 역할을 맡기로 약속합니다. 그러나 작가는 한 쪽의 우위를 원하지 않는 듯하여 제3의 대안을 모색하고자 이 작품을 열어놓았습니다.
'넙치'에는 다양한 요리 재료와 조리법 등이 등장하여 거대한 성찬을 연상시키는 인상을 주며, 동화적인 서술 방식이 사용되는 것도 이 책의 특징 중 하나입니다. 약 4,000년에 걸친 '말하는 넙치'와 여자 요리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식량과 여성 문제를 중심으로 한 인류의 문화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남자와 여자, 그리고 사회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며 역사적인 흐름을 통해 인간의 삶과 가치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넙치'는 귀중한 문화적 콘텐츠로서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과 생각을 안겨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