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나는 철두철미 반일 작가입니다”
『토지』 이후 작가 박경리가 일본의 민낯을
뼛속까지 파헤친 또 하나의 일본론
한말부터 일제강점기까지 격변하는 시대 속 한민족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대하소설 『토지』. 한국 문학사에 다시없을 걸작을 남긴 작가 박경리의 유고 산문 『일본산고』가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일본산고』는 박경리가 『토지』를 완간한 이후 본격적인 일본론의 기획 아래 쓴 미발표 육필원고와 생전에 발표한 일본 관련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1926년생으로 식민지 체험 세대였던 그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세대가 사라지면 이러한 글을 쓸 사람이 없으리라며 일본이 두 번 다시 입 못 떼도록 다음 세대를 위한 일본론을 남기겠다는 사명감을 드러낸 바 있다.
2008년 그가 타계하면서 세상에 나오지 못할 뻔한 이 책은 고인의 유족이 유품 정리 중 원고를 발견, 이후 문화평론가 이승윤 교수 등과 함께 갈무리해 출간될 수 있었다. 이승윤 교수는 『토지』가 소설로 쓴 일본론이라면 『일본산고』는 실제적인 현재진행형의 일본론이라고 소개한다. 일제강점기를 겪은 지식인 박경리가 일본의 반성 없는 태도, 줏대 없는 식자들이 일본의 시각에 동조하는 현상을 목도하면서, 뚜렷한 역사인식을 토대로 철저한 조사를 거쳐 쓴 『일본산고』는 우리 공동체가 비극적 역사를 반복하지 않도록 그가 남겨준 일종의 ‘일본 사용 설명서’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더웠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 나는 일본 여행을 시작으로 모든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주변 사람들과 다짐했고, 새 제품을 구입한 적이 없다. 가장 선호하는 의류 브랜드는 일본 브랜드였지만, 그 시기 이후 다른 대체 브랜드를 찾았고, 가장 오래 사용하는 일본 필기구 브랜드 대신 한국에서 좋은 브랜드를 찾았다. 그러던 중 내가 사용하는 휴대전화 브랜드가 친일 성향이 있고 선호하는 카메라 브랜드도 일본 브랜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록 그들이 대안을 찾았지만, 그들은 이미 그것에 익숙하기 때문에, 수년이 지난 지금도 휴대전화와 카메라는 쓰레기가 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