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21년 부커상 수상작
네 번의 장례식과 30년의 몰락, 그리고
작지만 소중한 한 번의 약속
“새로운 형식의 실험, 독창적이고 유연한 목소리.
읽을 때마다 책이 자라나는 듯했다.”
- 마야 자사노프(부커상 심사위원장)
부커상 최종 후보 세 번째에 드디어 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데이먼 갤것의 2021년 부커상 수상작. 아파르트헤이트 폐지를 전후로 한 스와트 가문의 30여 년에 걸친 몰락의 일대기를 마치 포크너와 버지니아 울프의 ‘의식의 흐름’을 연상케 하는 독특한 서술 방식과 영화적 카메라 아이 기법으로 그려낸 문제적 작품이다. 부커상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의 선정 이유로 “20세기 포크너 문체의 풍요로움과 나보코프의 정확성이 균형을 맞추는 서사 문체는 21세기 소설이 다시 꽃피운 하나의 약속”이라고 극찬했다.
『약속』은 농장주 백인 가족이 몇십 년 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지키지 않은, 그들에겐 사소하지만 받는 사람에겐 소중한 ‘약속’에 관한 이야기다. 암으로 투병 중이던 레이철은 자신을 지성껏 돌봐주는 흑인 하녀 살로메에게 그녀가 사는 허름한 집의 소유권을 주자고 남편(마니)에게 말한다. 하지만 마니는 레이철이 죽자 약속을 모른 척한다. 이 사실을 아는 막내딸 아모르가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마니는 끝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건 마니의 사망 이후 농장을 물려받은 오빠도, 언니도 마찬가지다. 가족에 대한 실망에 고향을 떠나 세상을 떠돌던 아모르는 언니의 급작스러운 피살과 오빠의 자살 이후에야 비로소 농장으로 돌아와 그리운 살로메와 마주하게 된다.
그게 30년이나 걸릴 만큼 그토록 지키기 어려운 약속이었던 걸까? 벽돌집도 통나무집도 아니고, 고작 방 세 칸짜리 양철 판잣집을 주겠다는 약속이?
한동안 부커즈에서 책을 읽던 친구들 사이에 시끌벅적한 이야기가 오갔다. 가장 큰 주제는 한국 작가 천명관의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는 것이었다. 지난해에는 정보라 씨의 작품이 최종 후보작이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한강의 작품이 작품이었는데 부커상과 관련된 작품을 읽은 기억이 없다. 사실 한강의 작품에 도전했지만 내 취향과 너무 달랐고, 정보라의 작품이 엽기적이라는 평을 듣고 읽는 것을 포기했다. 이번 기회에 천명관 선생님의 작품을 읽는데 쉽지가 않다. 최근 부커상 수상작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천명관 작가의 작품이 되길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