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보수주의는 진보주의에 저항해 탄생한 사상이다. 진보주의는 인간 이성에 지나친 신뢰를 바탕으로 이상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설계주의적 비전을 주장한다. 보수주의는 이러한 진보주의의 거만한 태도에 찬물을 끼얹어 왔다. (…) 그러나 이러한 보수주의가 지금 흔들리고 있다. 진보주의라는 라이벌이 힘을 잃어가고 있으며 동시에 ‘보수주의 또한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혁명이라는 급진주의를 혐오해 왔던 보수가 ‘보수혁명’이라는 슬로건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한다. 때론 유치한 열광으로 타자를 위협하기도 한다. “보수주의는 더 이상 ‘어른’의 사상이라고 말하기 어려워졌다.” 이와 같은 상황의 현대에 보수주의는 어떤 존재로 재생해야 할까. 보수주의의 조상 에드먼드 버크는 자유를 소중히 여겼다. 버크의 목표는 권력의 전제화를 방지하고 역사적으로 획득해 온 구체적인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것이었다. 이는 민주화를 전제로 하면서도 질서정연한 점진적 개혁을 진행할 때 가능하다. (…) 보수 사상의 풍부한 광맥을 파 내려가면서 현대 보수주의 쇠퇴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필독서. -나카지마 다케시_산케이신문
탄핵과 장미대선을 거치며 최근 한국 영화계에서는 민주항쟁 혹은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영화 ‘1987’을 보면 수많은 청년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젊음의 땀과 눈물을 ‘민주주의’에 바쳤고, 그 결과 현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몇 년 전 어느 촛불집회에서의 인터뷰 중 이런 내용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분은 본인이 젊음을 바쳐 일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에 나와서 보니 자신의 또래가 참 많으며 그들 역시 자신과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짧은 인터뷰는 나로 하여금 참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20대에 진보적이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고, 40대에 보수적이지 않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처칠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칠의 말에 비추어보자면 우리 사회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20대에 진보를 외치던 사람들은 40대가 되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정작 그들의 자녀세대로 이루어진 20대는 정치에 무관심하다. 무관심이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작은 것이라고 해석한다면 이들은 보수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젊은이들은 이상을 꿈꾸지 않고 오히려 그 이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것을 경험했던 세대는 그날의 감격을 재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집회가 있던 그 날 밤 따듯한 방 안에 있었던 20대로서 나의 항변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더 이상 정치가 이념의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 보수가 피해자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때, 진보는 시스템에서 원인을 찾는다는 이론적 잣대만 예로 들어보아도 그렇다. 보수는 시시때때로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시스템을 탓하며, 진보 또한 같은 방식을 되풀이한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며 어느 순간 나는 보수와 진보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이 무의미하다고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