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 작가
천선란 연작소설 『이끼숲』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천천히 달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메모로부터 출발한 이야기 『천 개의 파랑』(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 수상작)에서, ‘목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누군가의 슬픔을 상상했던 날로부터 시작된 이야기 『나인』(SF어워드 장편 부문 우수상 수상작)까지, 천선란의 이야기는 어떤 바람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바람에 공명하며, 독자들은 그를 ‘2022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로 선정한 것일 테다.
만일 당신이 지금 이 세계에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면, ‘구하고 싶다’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기란 오히려 어려운 일이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마음속에서는 ‘살고 싶다’는 강렬한 생존 욕구만큼이나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구하려는 의지가 커진 듯하다. 아마 이 마음은 출구 없이 꽉 닫힌 이 세계에 작용하는 압력에 비례하여 더욱 간절해졌을 것이다.
그러므로 새로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내면서 “구하는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는 끝내 구하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뚜렷하게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고백하는 작가의 목소리는 결코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이 작품이 이야기의 세계에 존재해온 ‘구원 서사’라기보다, 말 그대로 이야기의 안팎에서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정말로 구하고 싶다는 작가의 강력한 바람으로 쓰여졌음을 짐작게 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존재들로 이루어진 이 세계에서 결코 눈 돌리지 않는 작가가 우리와 함께 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사실, 이로 인한 안도감과 든든함으로 독자들에게 『이끼숲』을 전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SF작가 천선란의 이끼 숲은 세 편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 깊었기에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날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이 소설을 읽었다.
결말부터 생각해보면 이 소설은 결코 해피엔딩이 아니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구하는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이야기다.
SF라는 큰 틀 안에서 이제 막 청소년이 된 아직 어린 친구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이 지하세계라는 공간에서 성장하며 벌어지는 복잡다단한 일들은 한 편의 청소년 문학이면서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천선란 작가가 보여준 세상은 투명한 호수 같았다. 숨지 않고 모든 것을 똑바로 비추는 호수. 그의 맑고 투명한 호수에 손을 씻고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슬프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호수에는 너무나도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었다. 사랑이 아니면 결코 설명할 수 없는 불가능한 마음, 매력, 선택, 행동들이, 비록 그들의 삶이 지상적이지 않고, 결코 완벽할 수 없을지라도, 결코 이해할 수 없고, 무관한 것들이었고, 그리하여 어떤 위기와 불행이 닥치곤 했다. 사랑이니까. 작가는 그런 사랑의 상실을 목격했을 때 우리가 얼마나 나약해질 수 있는지 생생하게 묘사하지만, 우리가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사랑'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 사랑, 갑작스러운 이별은 설리의 마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몸은 심장에 따라 무너진다. 사랑이 아니면 헤아릴 수 없는 서글픈 문장 속에서 나는 무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