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절망의 끝에서 써내려간 아름답고 슬픈 에세이
신영복 문학의 백미 『청구회 추억』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되어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신영복 교수가 구속되기 전 2-3년간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단행본. 신영복 교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글 중 한 편인 '청구회 추억'에 감성 깊은 김세현 작가의 그림과 성공회대 영어학과 조병은 교수의 영역 원고가 어우러져 펼쳐진다.
이 글은『감옥으로부터의 사색』개정판에 실린 수필로, 이전의 글과 달리 저자 스스로에게 띄우는 수필 형태의 글로 되어 있다. 문체 또한 다른 글에 비하여 더욱 성찰적이고 회고적이며, 절제미가 돋보인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여타 글들과 내용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다른 글들은 옥중 사색의 단상을 보여주지만, '청구회 추억'은 일관성 있는 구조와 문학적 구성을 갖추고 있는 문학 작품이다.
'청구회 추억'은 1966년 어느 봄날 서오릉 소풍길에서 우연히 만난 여섯 소년들과의 순수하고도 소박했던 만남과 우정을 다룬 것이지만, 저자는 이들의 순수한 만남이 당시 정국에서는 굴절되고 왜곡되어 불온단체로 매도되었다고 회고한다. 이 작품은 한국전쟁 후의 가난과 정치적 억압이 순수하고 가슴 훈훈한 사람들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며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추억은 힘이 세다. 그 추억이 별 의미 없고 시답잖은 기억일지라도 함께 공유한 시간과 기억은 삶을 빛나게 해주는 보석과도 같다.’
아주 오래 전, 지친 삶이 짓누르는 힘에 어깨를 활짝 펴지 못하고 걷던 시절, 그게 나의 마지막 겨울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참히도 짓밟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여튼 그 즈음 한 친구가 나에게 건네준 편지에 적혀 있던 구절이다. 당시 친구의 편지를 읽을 때는 이 구절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는 했지만 크게 마음에 와 닿지는 않았다. 추억은 직접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공기 같은 것인데 이것이 지쳐버린 삶의 끄트머리 어디쯤 갸날픈 촛불처럼 위태롭게 서 있는 내게 그렇게 소중한 건가 괜한 짜증섞인 의심까지 했다. 그랬었던 내가 두어달 쯤 지나 정말 기적적으로 한 뼘쯤 마음이 너그러워진 봄날 아침에 맞은편 굴뚝 사이로 비쳐지는 햇살을 등에 엎고 신영복 선생의 ‘청구회 추억’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어쩌면 추억이라는 것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큰 선물일 수 있겠다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