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36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책기둥』. 수상자 문보영은 2016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신인으로, 『책기둥』에 수록된 시 50편 중 42편은 어느 문예지에도 소개되지 않은 미발표작이다. 이번 수상으로 문보영은 등단 이후 최단 기간에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 되었다. 이는 등단 후 문단의 주목을 받아 오던 젊은 시인들이 첫 시집을 내는 등용문으로 일컬어지는 김수영 문학상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바야흐로 아직 아무도 펼쳐 보지 못했던 미래의 탄생이다. 문보영의 시는 전위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과 이야기 형식으로 써내려 간 매력적이고 독자적인 언어로 가득하다. 동시에 우리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을 시로 옮기는 시선에서는 진솔함과 다정함을 느낄 수 있다. 낯섦과 새로움, 일상과 비일상이 교차하는 한가운데에 바로 문보영의 시가 있다.
시들이 달랑달랑하다. 지금으로부터 단시간 내에 수확되어도 괜찮을 만큼 무르익은, 하지만 여태 나무에 간신히 붙어 있는 포도알이나 국도를 달리고 있던 자동차가 과속방지턱을 만나 정점에 오른 순간의 이미지가 떠오르기도 한다. 시가 묘사하는 표면과 공중의 경계는 경계라고 부르기 머쓱할 정도로 매우 가느다랗다. 다만, 시인은 위태로움을 자처하고 그 상황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이는 바깥 세계가 요구하는 단순함과 명료함(시에서는 이를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간단히 정립된 수학이나 과학의 기호, 원리 및 법칙에 대응하였다)에 맞서는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