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는 국내에서 소개된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 중 희곡 형식으로 쓰인 첫 작품이다. 내레이터와 사제 시미언, 그리고 딸 로즈먼드가 최소한의 소도구만 놓인 널찍한 무대에서 고요하고 느리게 움직이며 전개되는 이야기는, ‘부름’이라는 행위로 연결되어있다. 키냐르가 19세기의 사제 시미언을 불러냈듯이, 노 사제는 오래전 죽은 아내를 목 놓아 부른다. 이른바 이중의 초혼극이, 섬세하게 직조된 아름다운 언어로 펼쳐진다.
대학 동창인 정아가 플랜터 베드를 갖고 왔다. 사층 빌라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송희는 정아가 가져온 화분을 서로 맞잡고 계단을 이용해 힘겹게 옥상으로 옮겼다. 빌라 사층에 사는 송희와 민재 부부는 월세도 쌌지만, 옥상을 맘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주인의 말에 혹해서 계약했다. 민재는 옥상에다 캠핑 텐트를 치고 캠핑 도구를 가져다 놓고 아지트로 쓰고 있었는데 정아가 플랜터 베드를 갖고 온 것이다. 옥상으로 겨우 옮겨다 놓고 뭘 심으려고 하느냐고 송희가 물었는데 정아는 대답이 없다. 정아의 성격을 아는 송희는 말을 하지 않는 정아 보며 속 터진다고 되뇐다. 민재는 –옛 친구가 우리 집에 화분 하나 갖다 놓은 거다-고 하니 송희는 정아와 화분에 대한 복잡한 심사가 놓였다. 이년 전 송희와 결혼한 민재는 낙천적이고 낙담하는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