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다락원 명저 노트 제10권 『성의 역사』.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논술답안 작성과 논리 정연한 글쓰기로 고민하는 중·고생을 위한 논술대비서. 저자와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 그리고 매 CHAPTER나 SECTION 별로 ‘요점정리’와 ‘풀어보기’가 실려 있다. ‘요점정리’에는 복잡하고 난해한 원저의 내용을...
오랫동안 군주의 권력을 특징짓는 특권의 하나는 생살여탈권이었다. 아마 이것은 로마의 가부장에게 있었을 것이 분명한 오래된 권리, 즉 노예뿐만 아니라 자식의 목숨까지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권한인 ‘파트리아 포테스타스’에서 유래했을 것인데, 로마의 가부장은 노예와 자식에게 생명을 베풀었고 노예와 자식으로부터 생명을 거두어들일 수 있었다. (153)(...) 어쨌든 생살여탈권은 상대적이고 제한된 근대적 형태이건 고대의 절대적 형태이건 비대칭적 권리이다. 군주는 죽일 권리를 행사하거나 죽일 권리를 보유함으로써만 생명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뿐이고, 그가 요구할 수 있는 죽음에 의해서만 생명에 대한 권력을 갖는다. “생살여탈권”으로 표명되는 권리는 사실 죽게 ‘하거나’ 살게 ‘내버려둘’ 권리이다. 요컨대 그것은 칼로 상징되었다. 그리고 아마 이러한 법적 형태를 역사적 유형의 사회에 연관시킬 필요가 있을 터인데, 그러한 사회에서 권력은 본질적으로 징수의 심급, 절취 메커니즘, 일부의 부를 자기 것으로 할 권리, 신민의 생산물, 재산, 봉사, 노동, 피에 대한 착취의 형태로 행사되었다. 거기에서 권력은 무엇보다도 물건, 시간, 육체, 마지막으로 생명에 대한 탈취권이었고, 생명을 탈취하여 없애는 특권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154-155)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러한 권력의 메커니즘이 고전주의 시대부터 크게 변화했다. “징수”는 더 이상 권력 메커니즘의 주된 형태가 아니고, 권력에 복종하는 세력에 대해 선동, 강화, 통제, 감시, 최대의 이용, 조직화의 기능을 하는 다른 부품들 사이에서 단지 하나의 부품, 즉 세력을 가로막거나 굴복시키거나 파괴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세력을 만들어내고, 늘리고, 정리하기 위한 권력이 되는 경향을 띤다. 그때부터 죽음의 권리는 생명을 관리하는 권력의 요구 쪽으로 옮겨가거나, 적어도 이 요구에 기대고 이 요구가 필요로 하는 것을 따르는 경향이 있게 된다.
<본론>
우리들, 또 다른 빅토리아 왕조 사람들
17세기 초 시대의 사람들은 성적 관행에 대해 19세기보다는 훨씬 솔직했다. 하지만 18세기를 거쳐 성적 욕망은 조심스럽게 제한되고 생식 기능의 중대함 속에 흡수된다. 성에 대해 점점 입을 다물기 시작하고, 부부의 침실만이 성적 욕망의 처소로 인정된다. 생식의 범주에도 벗어나 있거나 그것에 의해 변모되지 않은 자는 가정의 안락도 법의 보호도 기대할 수 없다. 이것이 억압의 속성이고, 단순한 형벌의 법에 의해 뒷받침되는 금기로부터 억압을 구별짓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곽과 정신병원을 제외한 모든 곳에서 근대의 도덕적 엄격주의가 금지, 비실재, 침묵이라는 삼중의 법령을 강요한 것 같다. 17세기 이후의 자본주의의 발전을 통해 노동력이 조직적으로 착취되기 시작하면서, 노동력의 재생산을 허용하는 최소한의 쾌락 이외의 다른 쾌락이 노동력을 분산시키는 것을 보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성이 억압되고 있다’ 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