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사회학자가 들여다 본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소비문화와 풍요의 뒷모습 쓰레기에 관한 인문학적 고찰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살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한 이 책은 사회학자인 저자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는 삶을 살면서 보고 겪은 일들을 기록한 것이다....
길거리의 깨달음
“길거리의 세계에서 무질서하게 쏟아지는 물질적 혼란 속에서도 나는 분석적이고 깊이 있는 무언가를 얻어낼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을 가지고 작가는 길거리의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회이자 도전으로 쓰레기 수집의 세계로 들어갔다.
쓰레기 수집이라는 모험 속으로 막 들어갔을 때에는 이런 질문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누군가의 삶이 묻어난 물건들의 세계 그 자체가 제공하는 지식과 아름다움의 조각들에 빠져들어 작가의 길거리에서의 시간들은 “도시를 찾는 시간이요, 깨달음에 이르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쓰레기 세상에서 얻었던 것은 크게 물리적인 것과 지적인 습득물로 나눌 수 있다.
물질적인 것은 고철과 구리 운동화 등이 있으며 지적인 습득물은 책에서 얻은 지식이나 경혐에서 얻은 지식 등이 있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사회 속에서 나는 그들이 주는 풍요로움에 감사했고, 가질 수 없는 물품에 분노하기는커녕 아쉬워했다. 2주 전만 해도 새로운 타블렛PC를 구매한다는 동생을 부러워하던 참이었다. 정작 나 또한 무리 없이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성능 좋은 노트북이 있음에도 말이다. 매일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물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존의 것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새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구매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같은 아이러니한 심경이 나를 지배한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속담처럼 나 또한 이왕에 공짜라면 좋다는 생각을 갖고, 실생활에서 같은 제품을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매하고자 여러 사이트를 들락날락 거리는 데에 몇 시간씩 쏟아 부었다. 하지만, 정작 공짜인 쓰레기더미 속 물품들을 왜 나는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었을까? 살 때는 나름대로 높은 가치를 지닌 물건이었지만 새로운 것에 밀려 그 가치가 떨어진 물건들이 결국 향하는 곳은 쓰레기더미 속이니, 분명 그 안에는 수많은 좋은 물건들이 즐비할 것일 텐데도 말이다. 답은 제프 페럴 저자의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를 통해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소비문화의 노예가 되어있던 것이다.
‘새로운 물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광고를 통해 매일의 기본적인 삶과는 관계없는 새로운 필요와 욕구들을 만들어냈고, 사람들은 신분 상승의 욕구에 따라 새로운 문화적 정체성을 받아들이기에 바빴다’는 저자의 설명은 나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자본주의에 기반한 세계의 경제는 대량 생산과 소비의 순환으로 지지되기에 소비를 저지하는 쓰레기 탐색자들의 활동은 생산수단을 소유한 지배계급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쓰레기 수집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제약을 가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지금 우리가 앉은 이 자리에 쓰레기와 해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는 시 의원 제프 웬트워스의 발언이 지배계급에서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들을 얼마나 탐탁지 않게 보는지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