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전제일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어쩌면 우리가 막연하게 믿고 있는 인생이라는 추상은 전인류가 공유하는 몽상적 고통의 유전병일지 모른다. 빗대건대 인생은 밖이 내다보이지도, 거울처럼 내부가 비치지도 않는 정사각의 유리 방이다. 우리 개개인은 유리 방 속에 갇힌 채 아연한 세월을 꼽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알고 있다. 여기에 갇힌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유리 건너의 다른 방에는 나와 닮은 다른 누군가가 갇혀 있다는 사실을. 이 비유는 내가 김혜순의 강렬한 시 「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 (129p) 를 읽고 생각해낸 이미지에 가깝다. 우리 모두가 방은 없고 창만이 있는 기묘한 하루하루를 감내해가며 잠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