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대의 모순과 근대사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준 바 있는 『장마』의 작가 윤흥길의 신작. 대학 캠퍼스 안에서 얼어죽은 한 부랑 소년의 죽음을 통해 황폐해진 인간성과 제각각인 인간 군상을 그려낸 표제작 「낙원? 천사?」나 반체제 운동에 가담하다, 동지들을 배신하고 가벼운 처벌을 받은 대신 평생을 배신자 낙인이 찍힌 채 숨어사는 고아의 모습을 통해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산불」등에서도 그의 필력은 여전히 빛을 발한다.
세상에는 참 여러 가지 색이 있다. 굳이 그 색의 수를 전부 헤아려볼 바보는 없겠지만, 하여튼 한 번쯤 호기심을 품을 정도로 이 세상에는 색깔이 많다. 그 수많은 색 중에 어떤 것은 아름답고 또 어떤 것은 아름답지 못하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색이라는 것은 원래부터 그대로였을 텐데, 인간들은 언제부턴가 아름다운 색, 탁한 색으로 나누고 더 나아가 좋은 색, 좋지 않은 색으로까지 나누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에서 착한 주인공은 언제나 흰색이지만 악당들은 주로 검은색이나 회색으로 처리된다. 참으로 모순적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런 모순이 더 큰 구분, 즉 선악의 구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