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여성들이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시작되는
지독하고 아름다운 고딕 스릴러
2020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소설가 강화길의 두번째 소설집『화이트 호스』. 작가는 긴장감 넘치는 서사 속에 여성에게 가해지는 혐오와 폭력의 문제를 절묘하게 녹여내며 다른 누구도 아닌 강화길만이 쓸 수 있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이제 강화길은 여성의 신체에 가해지는 위협뿐만 아니라 소문과 험담, 부당한 인식과 관습처럼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여성을 교묘하게 억압하는 거대한 구조를 파헤친다. 마치 유령처럼 설핏 드러났다가 모습을 감추는 이러한 구조를 강화길의 인물들이 감지하는 순간, 지금까지와는 다른 질감의 서스펜스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이 소설집의 표제작 「화이트 호스White Horse」에서 강화길은 여성을 구속하는 말들을 자신만의 의미로 다시 쓰겠다는 작가로서의 다짐을 드러낸다. ‘백마 탄 왕자’를 연상시키는 이 단편의 제목은 G. K. 체스터턴의 시집에 등장하는 시어이자, 밥 딜런과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의 음악에 활용한 상징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강화길 소설에 이르러서는 어떤 의미로 변모할까. 자신만이 쓸 수 있는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부단히 자기 갱신한 끝에 한국 여성 스릴러를 대표하는 작가가 된 강화길의 다음 소설을 기대하게 만드는 단편이다.
손 없는 날. 손은 우리나라에서 사람을 해코지하는 악귀를 뜻하며 손 없는 날은 그러한 악귀가 돌아다니지 않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길한 날 “손없는 날”, 위키피디아, https://ko.wikipedia.org/wiki/손없는_날 (검색일자: 2020. 12. 17)
을 말한다. 따라서 이날은 주로 이사나 개업, 혼인 날로 잡는 등 우리나라에서는 대대로 중요 행사를 하는 날로 여겨 왔다. 손이 없는 날이야말로 손해를 보지 않는 날이니까. “맑고 청명하고, 누구의 해코지도 없는”(p.102) 날.
강화길 작가의 ‘화이트 호스는’ 7편의 단편 소설이 담겨져있다. 하나하나 구성과 전개방식이 상이해 다른 매력들이 들어 있는데 하나로 관통하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7편 모두 여성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고 여성과 관련한 메시지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
7편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은 저마다의 상황에서 현실적 혹은 비현실적 사건 속에 내던더져 있다. 주인공들은 슬기롭게 해쳐나가기도 하고 좌절과 연민 속에 빠지기도 한다. 작가는 각 등장인물들과 주인공이 소설 속에서 느끼고 있는 불안과 공포를 독자들도 함께 체험하기를 바라는 것으로 보인다.
‘음복’과 ‘가원’에서 등장하는 가부장적인 가족상과 ‘서우’에서 표현되는 도시에서의 여성들의 불안함은 꽤나 현실성이 느껴져 여성 독자라면 강화길 작가가 제공하는 체험 속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