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00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감성돔을 찾아서」 등의 작품으로 등단한 윤성학 시인의 첫 시집 『당랑권 전성시대』가 출간되었다. 2002년 등단작은 팽팽한 시적 긴장을 유지하며, 쉼표 하나에도 고심하여 “리듬의 자연스러움과 진술의 격조”를 높이 평가(황동규·최승호)받았다. 이후 5년여 동안 윤성학은 일상의 한가운데서 만나는 소재를 서글프도록 익살스럽게 노래하며 삶의 근원적인 슬픔과 부조리에 주목해왔다. 생활의 비애를 내장한 익살과 단단한 삶의 의지로 빚어진 윤성학의 시편들은 쉽게 스쳐지나가는 도시인의 일상...
1. 윤성학의 <<당랑권 전성시대>>(창비)
당랑권. 매미를 잡아먹는 사마귀의 전술이라고 한다. 이름처럼 사악하고 흉측한 사마귀를 떠올리면 몸서리부터 나지만, 옛날 홍콩 무술영화에서의 우스꽝스러운 당랑권 포즈도 덩달아 떠올라 입가에 피식, 웃음이 맴 돈다. 윤성학의 첫 작품집 『당랑권 전성시대』는 그런 시집이다. 생사를 건 비장한 전의가 느껴질라치면 촌철살인의 단말마 같은 시어 속에 느물느물 스며있는 건 희극적 요소다. 시인이자 사무원이기도 하다는 ‘생활인’으로서의 시인의 인생관이라는 것이 아마 그러하리라. 삶이라는 진창에서 건져 올린 생생한 언어들, 팍팍한 삶을 냉소가 아닌 익살로 감싸는 작가의 건강한 시선, 그리고 우울하고도 새침한 도시의 감수성들은 역시 동시대 외로운 도시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활인 독자들의 가슴 속에 공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