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파도를 넘는 것보다 오늘을 견디는 일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바다 위 삶이 알려준 무수한 해답들
2019 청소년 교양도서 선정
3만 톤 배를 운항하는 스물일곱 여성 항해사의 이야기. 한번 배에 오르면 6개월은 꼼짝없이 갇혀서 생활한다. 1,000일이 넘게 배를 몰면서 매일 몰려오는 시련과 외로움은 오롯이 혼자 이겨내야 했고 누군가에게 기댈 수도 없었다. 바다 위 삶이 왠지 생소할 것 같지만 극단적 환경에서 매일 ‘혼자’를 견뎌야 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결코 낯설지 않다. 사실 우리도 드라마 같은 극적인 시련보다 매일 닥쳐오는 공허에 더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외로움과 난관을 억지로 극복하지도, 또 애써 무시하며 피하지도 않는다. 맘껏 속상해하고,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다가 자신만의 온도와 속도로 적절하게 넘겨낸다. 어디까지 버틸 수 있고, 또 어디까지 나아가야 하는지 자신에게 묻고 또 물으면서 묵묵히 헤쳐나갈 뿐이다. 유독 특별하거나 강인해서가 아니다. 조금 느리고 서툴러도 자신만 믿으면 언젠가 이 파도가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뿐이다. 하나의 정답이 아닌 여러 개의 해답을 건네주는 바다 위의 삶은 땅을 밟고 있는 이들에게도 큰 용기를 줄 것이다.
항해사라는 직업은 바다와 연관이 있다는 이유로 일반인에게 익숙하게 다가오지만 막상 정확하게 하는 일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망망대해와 눈금이 그려진 지도, 나침반이나 둥그런 키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스물일곱이라는 나이는 완숙한 항해사라고 하기에 한없이 젊게만 느껴지지만 2등 항해사라는 소개까지 보면 아직 1등 항해사가 될 만치 경험치가 많지 않음을 짐작하게 한다. ‘오늘을 견디는 법과 파도를 넘는 법’이라는 부제까지 읽으면 이 책이 항해사의 전문 분야를 다룬다기보다는 에세이에 가깝다는 결이 느껴진다. 그리고 책 소개를 보면 “파도를 넘는 것보다 오늘을 견디는 일에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는 스물일곱 여성 항해사의 이야기라고 한다. 일반인에게 항해사는 보통 남성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여성’이라는 소개 문구에는 충분히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그런데도 제목에 ‘여성’이 없는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