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가난한 나라는 언제부터 가난해졌고, 왜 여전히 가난한가? 제국주의와 세계화가 만든 불평등한 세계의 구조를 연대기적으로 파헤친다. 아침에 먹은 신선한 바나나, 출근하며 마신 향긋한 커피, 오후에 즐기는 달콤한 초콜릿, 저녁으로 먹은 칵테일 새우, 이처럼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것들에 숨겨진 빈곤의 역사를 알고 있는가?
막대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가졌음에도 기업의 눈치를 보며 몰래 다이아몬드를 팔아야 하는 짐바브웨, 콜탄으로 인해 내전이 지속되는 콩고민주공화국, 세계1위 카카오 생산국이지만 자국민은 굶주리는 코트디부아르, IMF의 잘못된 권고로 대량학살이 발생한 르완다, 다국적기업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필리핀 사람들, 새우양식을 위해 자신들의 삶터를 파괴해야 하는 맹그로브 숲 주민들.
이 책은 풍성하고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가난한 나라가 처한 빈곤의 속성을 켜켜이 파헤치고 있으며, 제국주의의 식민정책과 지금의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책이 어떻게 빈곤을 확대 재생산하고 고착화했는가를 연대기적 맥락에서 선명하게 보여준다.
왜 가난한 나라는 계속해서 가난할 수밖에 없는가를 역사적으로 추적하는 과정에서 세계경제 체제의 불공정하고 불균형적인 단면을 면밀하게 살펴보게 되고, 그렇게 함으로써 국가간 빈곤 문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제공해준다. 아울러 약자를 배려하는 도시 쿠리치바, 연대와 협력을 통해 점차 빈곤에서 벗어나는 볼리비아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한 나라 스스로 진정한 대안을 찾아가는 희망 섞인 전망을 전해준다.
열강들의 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오늘날, 국가들 사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 사회 내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개인의 잘못, 게으름, 무능력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듯이, 특정 국가가 빈곤한 원인 또한 국가 간 관계를 규정하는 세계구조를 배제하고 국민성이나 자연환경 등 개별 국가의 속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객관적으로 가난한 국가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유는 사회 구조의 모순과 가난한 국가들이 지니는 뼈아픈 역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하면서 강대국들의 땅따먹기는 시작되었다. 스페인은 아메리카를 자신의 개척지로 삼아 금과 은을 약탈해 유럽 자본주의 발전을 도모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