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피의일요일」이 언뜻 자아의 정체성 찾기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 속 ‘나’는 여전히 게임 속 캐릭터에 불과하다. 언뜻 견고한 시스템의 틈새를 흘깃 엿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실한 자아가 그 시스템 너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매트릭스의 틈새와 균열을 응시하면서도 쉽게 그 너머로의 도주를 감행하지 않는 것, 이것이야말로 「피의일요일」이라는 낯선 소설의 미덕이라고 할 수 있다.
1. 작가소개
작가 윤이형의 본명은 ‘이슬’이고,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 단편 『검은 불가사리』로 중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었고, 2007년에 소설집 『셋을 위한 왈츠』를, 2011년에 『큰 늑대 파랑』을 펴내어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윤이형의 단편들은 일반적으로 서로 상충하는 두 세계관 중 하나를 택일하는 경향이 있다.
즉, 주인공이 자신의 주체성을 재확립함으로써 삶을 긍정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작품들로 <완전한 항해>, <스카이워보아 커>, <이스투아 공원에서의 점심>, <피의 일요일> 그리고 <로즈가든 라이팅 머신> 등이 한 축을 이룬다면, 또 다른 하나의 유형은 자기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동시에 사회는 물론이고 가까운 사람들로부터도 자신이 소외돼 있다고 여긴 끝에 상당한 박탈감을 느끼는 개인의 불안이 고조된 작품들로 <큰 늑대파랑>, <결투>, <검은 불가사리>, <절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2. 줄거리(주인공의 관점에서 서술)
찬란하던 그해에, 우리는 모두 이 땅의 자랑스러운 모험가였다.……
‘나’는 의식을 찾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 명제를 본 ‘나’는 밖으로 나갔고 ‘장의사’를 지나쳐 뛰어가다 보니 갈색쥐가 보였다. 다음 순간 ‘그것’은 죽어있었고, 갈색쥐의 고깃덩이를 먹기 시작한다.